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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욱 Nov 17. 2017

미국 특허소진에 대한 정리

Impression v. Lexmark 판결을 중심으로

[개요]


특허권은 정당한 특허제품을 구매한 사람에게 해당 제품을 재판매하는 등의 행위에는 미치지 않습니다. 이를특허권의 소진(patent exhaustion)이라고 합니다. 이러한법리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데, 정당하게 구매한 사람이 특허제품을 사용, 판매, 양도, 대여 등을하는 것까지 특허권이 미치면 특허권자를 과도한 보호하는 것이고, 상거래에 저해가 되며, 이미 특허권자는 해당 특허제품의 판매로 인한 수익으로 특허권을 부여하는 제도적 취지가 달성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허권 소진 이론에 대해 미국 법원의 태도를 살펴 봅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의 Impression 판결]

Impression v. Lexmark 미국연방대법원 판결문

 지난 5월 30일에는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특허소진(patent exhaustion) 관련한 Impression Productsv. Lexmark International 판결이 있었죠.


이 사건은 렉스마크가 일반 토너 카트리지와 "return program" 토너카트리지를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었는데, 리턴 프로그램 토너 카트리지는 일반 제품에 비해 20% 싸게 판매하였고, 소비자가 재사용/재판매를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재사용/재판매를 하지 못 하도록 리필된 제품은 프린터가 인식하지 못하도로 하는chip을 심은 제품이었고, 제품에 재사용/재판매를 금지한다는 경고문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임프레션은 미국 및 해외에서 판매된 리턴 프로그램 토너 카트리지를 구매하여 심어져 있던 칩의 기능을 우회하여 재생된 토너 카트리지를 재판매하였습니다. 

이에 렉스마크는 임프레션을 상대로 오하이오 연방지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에서는 렉스마크 외의 피고인 다른 리필 업체들과는 협상으로 소송을 종료하였는데, 임프레션은 합의하지 않아 소송이 진행되었습니다. 2012년 9월 1심 결과 렉스마크의 특허권은 미국 판매 제품에 대해서는 소진되고, 해외에서 판매된 제품의 경우에는 특허권이 소진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불복한 항소심은 CAFC에서 이루어졌는데, 여기에서는 미국이든 해외이든 일단 판매가 된 제품에 대해서는 모두 특허권이 소진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것이 대법원까지 올라간 것이죠.

Impression 사건 1, 2심 경과


 대법원에서 쟁점은 먼저 (1) 특허제품의 판매에 일정한 제한(여기에서는 재판매/재사용 금지)이 있는 경우에도 특허권이 소진되는지 여부와 (2) 특허제품을 외국에서 판매한 경우에도 미국 특허권이 소진되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1) 특허제품의 판매에 일정한 제한이 있어도 특허권이 소진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므로, 소진된다고 하였고, (2) 특허제품을 미국 외의 외국에 판매한 경우에도 미국 특허권은 소진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법원에서의 쟁점


(1) 판매에 제한이 있는 경우에도 특허권은 소진

대법원은 특허권자가 특허제품을 판매하고, 그 구매 이후에 구매자의 행위에 제한을 두어 특허권을 다시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영미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특허법은 발명자에게 제한적인 배타권을 부여하여 발명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함으로써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에 목적이 있고, 이러한 목적은 특허제품을 판매한 시점에 달성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허제품의 판매 이후에도 특허권자가 정당한 구매자에 대해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특허권자의 이익이 될 수는 있겠지만 상거래를 억제하고 영미법의 원칙에 반하는 실익이 없는 논리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특허권자가 특허제품 구매자의 구매 이후 행위에 제한을 두는 것은 계약법에 근거하여 계약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는 있어도 해당제품에 대한 특허권은 소진되어 특허법상의 책임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덧붙여, 이러한 법리는 특허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라이선시(실시권자)가 구매자의 구매 이후의 행위에 제한을 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해당 실시권자도 역시 구매자에게 계약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특허법에 의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특허권자가 실시권자에게 판매를 허용하는 라이선스를 부여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시권자가 특허제품을 판매한 경우에는 특허권자가 특허법에 의한 침해 주장을 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라이선스에서 설정한 지역적 범위나 실시의 범위를 초과한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가 될 수 있겠죠.

(2) 해외에서의 특허제품 판매 경우에도 역시 특허권은 소진

대법원은 먼저 특허권 소진의 범위를 지역적으로 제한한는 것은 동산 양도에 제한을 허용하지 않는 오랜 영미법상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역사적으로 특허법 개정의 경과를 살펴보면 미국 내외를 차별하여 특허권 소진의 법리를 적용하여야 하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종전 저작권 소진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인 Kirtsaeng 사건에서도 지역적인 제한을 두지 않았고, 이와 마찬가지로 특허권 역시 지역적 제한 없이 특허제품의 판매로 인해 해당 제품의 특허권은 소진된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무려 1890년(참 오래된 판례입니다) Boesch v. Graff 판결도 언급하였는데, 이 판결이 대법원이 한 유일한 국제적인 특허소진에 대한 판결이랍니다. 여기에서는 미국의 특허권자가 독일의 제조업체에게 독일법 하에서의 제조 및 판매를 허락해 주었고 미국으로의 수출 및 판매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Boesch가 독일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구매하여 미국으로 수출(미국특허권자의 입장에서는 수입이 되겠죠)하여 미국에서 판매하여, 미국의특허권자가 특허침해 소송을 한 것입니다. 이에 대법원은 독일의 제조업체는 미국에 판매할 권한이 없고, 미국 특허권자는 불특정 다수에게 특허제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특허권은 소진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독일의 제조업체(독일에서의 판매 권한이 있음)로부터 구매한 자는 해당 제품을 미국에 판매할 권한이 없다고 한 바 있습니다.결국 대법원이 모든 해외에서의 판매가 미국의 특허권을 자동으로 소진시킨다는 것은 아니고, 특허권자가특허제품의 판매시에 해당 제품에 걸린 특허권이 소진되는 판매를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Boesch 사건은 이러한 소진이 되지 않는 판매를 한 것이고,Impression 사건은 이에 해당되지 않아 소진된 것이죠.


[텍사스 지방법원의 Chrimar 사건 판결]

Chrima v. Alcatel-Lucent 판결문


위의 대법원 판결에 이후 지난 7월 26일 미국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에서는 Chrimar Systems et al. v. Alcatel-Lucent Enterprise USA 사건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임프레션 판결에 의해 재확인 된 것은 특허제품의 정당한 판매에 따라 이것이 특허권자가 직접 판매했든 라이선시에 의해 판매가 되었든 상관없이 해당 제품에 대한 특허권은 소진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라이선스 계약상의 사용에 대한 제한이 있는 경우에도 특허권이 소진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것도 확인하였습니다.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의 크리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라이선스 계약상에 해당 제품의 사용 등을 제한한 것이 아니고, 판매 범위에 대한 제한이 있는 경우에는 어떻냐는 것이었습니다. 즉, 라이선스에서 제한한 판매의 범위를 넘어 판매가 이루어진 경우 이 제품에 대한 특허권은소진되는가의 문제이죠.

Chrimar Systems가 침해를 주장한 특허 중 8,155,012(System and method for adapting a piece of terminalequipment) 특허 도면


결론은 간단합니다. 왜냐하면, 앞서 본 Boesch 대법원 판결에서 이미 대법원의 답은 나와 있으니까요. 라이선스계약에서 제한한 라이선시가 판매할 수 있는 범위를 넘은 경우에까지 특허권이 소진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면 이 판결을 조금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먼저 특허권자인 크리마는 알카텔을 상대로 특허침해를 이유로 과거의 손해배상(past damages)과 향후의 실시료(on-going royalties)를 청구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다른 소송으로 크리마는 알카텔에 제품 공급자인 Accton을 같은 제품을 수입하여 판매하였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별도로 두개의 소송이 진행된 것입니다.크리마와 액톤은 알카텔의 침해를 인정하는 배심원 평결이 있은 후에 합의로 소송을 종결하였고, 이 합의문에는 액톤이 "현재 크리마와 소송이 진행중인 회사(acompany currently in litigation with Chrimar)에게 판매한 침해 제품은 "라이선스가 되지 않은 제품(UnlicensedProducts)"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크리마와 소송중인 회사는 알카텔이 되겠죠.

그런데 위의 Impression 판결이 대법원에서 난 것이죠. 따라서 알카텔은 미국민사소송규칙(FRCP) 60(b)에 의해 판결에대한 교체를 신청합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최종 판결에 오류, 새로운 결론이 날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증거의 발견, 사기, 부정한행위, 판결의 근거가 된 판례 등의 변경/폐기 등의 경우에는최종 판결을 교체(relief)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알카텔은 임프레션 판결이 계약상의 제한이 있어도 특허권은 소진된다고 하였으므로, 판결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것 같습니다.

이 신청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지난 7월에 난 것입니다.법원은 알카텔의 신청(motion)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액톤의 침해제품 판매는 크리마와 액톤의 화해 계약(settelementagreement)에 의하면 정당한 판매가 아니라는 결론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판매에 의해특허권이 소진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법원은 임프레션 사건과의 차이도 언급합니다. 액톤과 크리마의 화해계약상의 "크리마와 소송이 진행중인 고객사에 판매된 제품은 정당한 라이선스가 없는 제품"이라는 것이 판매 후 제한(post-sale restriction)에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 조항은 해당 제품이 라이선스에 의해 허락된 판매범위를 넘는 제품이라는것이고, 따라서 특허권자에 의해 정당한 권원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론]


(1) 라이선스 계약 체결시에 위의 판결들이 많은 참고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선시의 판매 권한을 지역 형태 등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는지 반드시 검토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명확한 조항이 없으면, 라이선시의 판매지역이 국내외를 불문하고 라이선시에 의해 판매된 제품에 대해 특허권이 소진되어 특허법상의 구제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 라이선스 계약에 의해 판매 후의 제한(post-sale restriction)은특허권의 소진을 막을 수 없음에 유의하여야 하겠습니다. 이를 대비하여 이러한 계약을 추진하는 경우에는계약상의 책임을 명확히 하여야 하고, 그 범위도 잘 예측하여야 할 것입니다. 특허법상의 구제가 안 되므로, 계약상의 책임을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계약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면 불가능하고(위 임프레션사건에서 구매하여 미국에 수출한 자는 계약 당사자가 아님), 구제방법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야합니다.


(3) 내가 소송의 피고가 되었는데, 나에게 제품을 공급한 자가 원고인 특허권자와 합의하여나에게 공급한 제품이 침해제품임이 확인되면(위의 크리마 사건처럼), 특허권은소진되지 않고 나도 특허침해자가 됩니다. 따라서 제품/부품을 공급받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공급하는 자와의 계약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공급자나 내가 지식재산권 등의 분쟁이 발생하면 공동으로 대응하되 합의 등의 경우에는 누가 주도할것인지, 합의 여부에 대한 결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합의나 소송의 패소시에 손해액이나 소송비용의 분담 문제도 공급자와의 계약시 확실히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4) 임프레션 판결로 인하여 국제적인 제품의 판매가 이루어지면 이를 다른 사람이 구매하여 다시 역수입되는 경우에 이를 특허침해로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재수입되어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어,이를 방지하는 기술적인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며, 국가별로 차별적인 가격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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