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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욱 Nov 20. 2017

중국의 WiLAN과 Sony 소송을 보면서


 중국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국빈 방문시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구절을 통해 미국을 비판했는데요, 그 내용은 싸드 배치와 관련해서 전쟁을 좋아하는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고 했습니다. 好戦必亡이라는 것이죠.  이야기를 전환해 중국 얘기를 한 김에 한가지 짚고 가야할 것이 있는데, 지난 2016년 11월 9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중국 특허소송과 관련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캐나다의 특허라이선스 회사인 WiLAN이 일본의 Sony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이례적인 소송인데, 그 이유는 외국의 특허권자가 외국의 기업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중국에서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주로 중국에서의 특허소송은 외국 기업의 경우에는 중국 기업을 상대로 하거나, 중국의 기업이 외국의 기업을 상대로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외국의 기업이 외국의 기업을 상대로 중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WiLAN은 Sony를 상대로 한 소송을 중국에서 하는 걸까요? 우리나라 일각에서 지난 해부터 줄기차게 이야기하는 특허소송 허브를 만들자는 주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어서 이야기 합니다. WiLAN은 Sony의 스마트폰이 자신의 무선통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난징에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왜 중국인가하는 이유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소니의 매출에 비해 중국에서의 매출을 아주 적지만, 미국의 법원보다는 시간적으로 빠르고, 소송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도 있습니다. 즉, 중국에서 침해금지 판결(injunction)을 받게 되면, 중국내에서만 효력이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침해금지 판결을 통해 중국에서 제조된 물건이 수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제조공장을 가지고 제조 후 수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라이선스를 위한 아주 효율적인 bargaining tool이 되는 것입니다. WiLAN은 미쯔비시, ZTE 등의 다른 회사들과도 라이선스 협상을 통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소니와도 라이선스 계약을 원하는 것입니다.  WiLAN의 대리인인 에릭 로빈슨은 "3-4년 전에는 나는 중국에서 외국 회사의 특허소송을 대리한 경험이 없다. 왜냐하면 중국은 특허권자의 권리행사에 효율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아직은 특허소송의 중심은 단연 미국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치는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소송지는 독일과 중국입니다. WiLAN은 소니를 상대로 독일에서도 소송을 하고 있답니다.  위와 같은 외국 기업들의 관점에 대해 한국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원고의 승소율, 특허의 무효율, 손해액의 과소를 이야기 하지만, 그것에 더하여 더 중요하게는 시장의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외국 기업들에게 중국이 중요한 이유는, 중국에서의 침해금지 판결은 침해자에게는 아주 큰 risk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나라는 침해금지를 받는다 해도 큰 risk가 있지 않습니다. 생산공장이 한국에 있거나, 한국의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러한 면을 무시하고, 마치 영어로 재판을 하는 법원이 있으면, 소송에서 원고 승소율이 높으면, 손해액이 많아지면면 외국 기업 간의 소송이 우리나라로 올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은 이제 거두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딱 잘라 말해 원고 승소율을 50% 이상으로 하고, 손해액을 3배 늘리고, 특허 무효율을 세계 최저 수준인 30% 정도로 낮춘다고 외국 기업간의 소송이 한국으로 몰리게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송은 소송을 하는 자가 소송을 통해 훨씬 더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인데, 그러한 이익을 한국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특허소송의 허브가 되겠다는 환상에서 깨어나고, 우리가 미국, 유럽, 중국의 틈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진지하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여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외국 기업들의 소송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것만 IP 허브의 길이 아니며, 다른 길은 많이 있음을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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