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은 졸업할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정확히는 제네바 선언)를 한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함에 앞서 윤리적인 측면을 깊게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언까지는 과할 수 있더라도 모두가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윤리적인 측면을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맞다면 말이다.
광고는 마케팅이 아니고 마케팅이 광고는 아니다. 다만 허위광고 및 과장광고에 대한 비난 속에서 그 어떤 마케터도 본인일과 관계없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마케터라면 직간접적으로 광고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마케터의 윤리는 쉽게 말하자면 아주 쉽게 말할 수 있다. “법을 준수하며 허위/과장 광고를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말이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정치인이 “평화를 지켜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하나마나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평화를 지키자는 말에 반대할 사람이 없다. 누구나 동의하고 누구나 아는 말이다. 구체적인 방안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라, 관중석에서 고고하게 앉아서 지켜볼 사람이나 할 말이다.
구체적인 방안을 이야기하면 어쩔 수 없이 욕을 먹게 되어 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국방력 증대’를 말하는 사람은 전쟁광이라고 욕을 먹고, ‘외교적 수단’만을 활용하자는 사람은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라고 욕을 먹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마케터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한 대로 “법을 준수하며 허위/과장 광고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정치인이 “평화를 지켜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체적인 ‘어떻게’라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케팅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고객사(클라이언트)와 최종 소비자라는 두 고객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데 서로의 이익이 상충될 때. 구매자(부모)와 소비자(아이)라는 두 고객이 원하는 것이 다를 때. 매출 증대와 소비자 만족이 어긋날 때. 이럴 때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와 같은 딜레마뿐만 아니라 수많은 문제가 튀어 오르게 된다.
또한 마케팅은 끝없는 경쟁이다. 경쟁사가 불법의 경계에서 애매한 행동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때 100% 바른길을 걸으며 경쟁할 수 있을까? 축구경기에서 상대편 선수의 유니폼을 잡아당기며 몸싸움을 하는 것이 규칙에는 어긋나지만 대부분이 그럴 때 혼자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기만의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 살아남은 승자의 이유>에서 김영준 저자는 ‘소비자 후생’이라는 기준을 제시한다. 마케팅을 할 때 소비자를 중점에 두고 고려하라는 것이다. 아는 사업가분도 마케팅을 기획할 때 늘 고객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을 둔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케터는 본인만의 기준이 필요하다.
마케터의 윤리는 한마디로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그렇기에 끊임없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답이 없는 문제를 지속해서 고민하는 것이 마케팅윤리의 기초일 것이고,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마케팅을 자제할 수 있는 하나의 브레이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