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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Sep 20. 2023

MD와 마케터의 모호한 경계


마케팅을 협소하게 정의하면 '알리는 일'이다. 이보다 확장하면 '알리고 사고 싶게 만드는 일', 브랜딩을 가미한다면 '알리고 사랑하게 만드는 일'이다. 더 넓게 보면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의 박종윤 저자가 말한 대로 "'상품-모객-접객-관리'의 네 요소가 '고객'이라는 두 글자 안에서 순환되는 구조'로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마케팅의 정의를 확장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두 글자가 있다. '기획'이다. 허윤의 <기획하는 사람, MD>가 마케팅 책처럼 읽혔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고객을 중심에 두고 '팔리는 제품'을 고민하는 점은 마케팅이나 기획이나 매한가지 아니던가?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49219


저자는 기획하는 사람인 MD를 '뭐든 다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는데, 마케터도 비슷하다. 예전 회사에서는 뭐든 막 해야 한다고 해서 '막해터'라는 농담 섞인 명칭으로 서로를 부르기도 했고,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마케터는 잡일을 도맡아 한다고 해서 스스로를 '잡케터'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면에서도 MD와 마케터는 비슷하다. 둘 다 알파벳 M으로 시작하는 이유가 그래서 일려나?


데이터와 감각의 균형을 잘 살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마케팅 어법을 사용하자면 '과학(science)'과 '예술(art)'의 접점을 찾는 일로 번역할 수도 있다. 직관과 이성의 균형점, 숫자와 이야기의 교집합 등등. 기획과 마케팅은 여러모로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MD가 때로는 마케터의 일을 해야 하듯, 마케터도 때로는 MD의 역할을 해야 한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 나는 국가대표 단복 기획에 참여 했다. 마케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마케팅할 요소를 기획단계부터 반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긴 이야기를 짧게 줄여서 하자면 2010 남아공월드컵 때는 없었던 상징(symbol)을 부여하고자 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단복은 말 그대로 하나의 통일된(uni) 형태(form)의 유니폼(uniform)이었다. 선수들이 기존과는 다르게 운동복이 아닌 동일한 정장을 입어서 화제가 되었지만 국가대표임을 상징하는 무언가는 없었다. 내외부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국가대표 단복에 축구협회 엠블럼을 부착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국가대표라는 상징이 있어야만 비로소 단복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기획하는 사람의 입장과 심정을 다소나마 느꼈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축구협회 엠블럼을 부착한 2014 브라질월드컵 단복. 사진 출처: 스포츠조선



앞서도 말했지만 <기획하는 사람, MD>는 기획자의 이야기지만 마케터로서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저자가 나와 비슷한 시기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도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마케팅 강의나 모임을 할 때마다 이제는 마케터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마케터가 되어야 하는 세상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 책의 메시지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이제는 모두가 기획자가 되어야 하는 세상이라고. MD가 아니더라도 모두 이 책을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같이 보면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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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Raphael R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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