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요즘 전문가 되는 법'이다. 최근 몇 년간 직간접적으로 느낀 지극히도 개인적인 그리고 성급한 일반화임을 감안해서 읽어주셨으면 한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전문가는 지긋한 나이에 4대 매체(TV, 라디오, 신문, 잡지)에 출연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혹은 의사, 변호사와 같이 전문직에 한정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누구나 될 수 없는 선택된 자만이 될 수 있는, 그것이 전문가였다.
요새는 어떤가? 유튜브만 틀어도 수많은 전문가가 등장한다. 나이도 다양하다. 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10대가 방송에 출연하여 SNS 잘하는 법을 당당하게 말한다. 분야도 다양하다.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직업이 전문영역으로 여겨진다. 혹은 취미라고 여겨졌던 분야도 이제는 당당하게 '직업'으로 인정받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전문가로 여겨진다. 오타쿠와 전문가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전문가를 보다 보니 일정한 패턴이 보였다. 물론 모두를 포괄할 패턴은 아니지만 일종의 전략처럼 느껴지는 뾰족한 엣지를 보았다. 바로 일과 출간의 선순환이다.
과거에는 책을 내는 일반인은 소수였다. 성공한 기업가나 앞서 말한 '사'자 들어간 전문직이나 쓰는 게 책이었다. 그들 중에서 어린 사람은 더더욱 드물었다. 업력이 수십 년 이상되는 사람이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록이랄까? 책을 내는 것은 커리어상 마침표와 같았다.
요새는 달라진 것 같다. 누구나 책을 쓴다. 나이도 직업도 상관없다. 브런치스토리에도 자주 보이는 '업세이(직업 + 에세이)'가 서점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평범한 일상을 직업인의 관점에서 색다르게 풀어내는 업세이 말이다. 버스운전기사의 삶을 그린 <해피버스데이>, 스튜디어디스의 비행 이야기를 다룬 <빨강머리 승무원>처럼 다양한 직업인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요즘 전문가에게 출간은 마침표가 아닌 쉼표 혹은 느낌표다. 한 발을 더 내딛기 전 잠시 숨을 고르는 쉼표 혹은 추진력을 얻기 위한 느낌표.
책을 한 번이라도 출간한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책 한 권을 쓰면서 엄청나게 성장함을 말이다. 전문가여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다 보니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해왔던 일과 노하우가 깔끔하게 정리되고, 몰랐던 혹은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책을 쓰는 과정뿐만 아니라 쓰고 나서도 다양한 성장의 기회가 열린다. 저자라는 이름으로 대중을 대상으로 강연을 함은 물론이고, 평소에는 만나기 힘들었던 업계의 유명인들을 만날 수도 있다. 이는 본업에서의 더 많은 좋은 기회로 연결된다. 책 한 권 썼을 뿐인데 본업에 기대 이상의 탄력이 붙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본업에서 더 많은 프로젝트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고 다시 책을 쓸 수 있다. 일-출간-일-출간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요즘 전문가 되는 법의 패턴이다.
독자는 고려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독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넘사벽 대가의 말보다, 때로는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선배의 말이 더 큰 도움이 될 때가 있지 않은가?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책이다. 눈높이 교육이다. 물론 수준미달의 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절대적인 기준이 있겠냐마는 내 눈에도 "이렇게 책을 낸다고?" 싶은 책도 있다. 햇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독자의 안목을 믿고 출판업계의 자정작용을 믿어보자.
정리해 보자.
1. 일을 열심히 한다.
2.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한 3~5년)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책을 쓴다.
3. 책을 쓰면서 성장하고 출간하고 나서 또 한 번 성장한다.
4. 다시 1번부터 반복한다.
요즘 전문가는 이렇게 탄생한다.
P.S. 연락 오는 출판사가 없다고? 그러면 자가출판하면 된다. 하고자 하면 방법은 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