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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Dec 13. 2023

망할까 봐 겁이 난다면


윤태호의 웹툰 소설 <미생>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 밖은 지옥이야." 많은 사람이 공감한 명대사다. 이러한 생각 때문인지 회사생활이 아무리 고되더라도 버티는 것이 직장인의 기본 태도처럼 여겨지고 있다. 최대한 버티고 버티다가 느지막이 나와서 자영업을 하는 것이 한국인 삶의 표본이 되었다. 


하지만 삶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던가? 예상 가능하고 쉽게 대처가 가능하던가? 그렇지 않다. 예기치 않은 사건과 상황으로 인해 회사를 나와야 하는 상황도 생기고, 갑작스레 사업을 시작해야만 하는 상황도 생긴다.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이럴 때 우리는 극심한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 앞에 크나큰 기회가 기다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최악의 상황만 머리에 떠오른다. 망할까 봐 겁이 나는 것이다. 나도 몇 달 전에 느낀 감정이다. 


한 달 여전에 익숙하고 안정적인 일을 그만두었다. 별다른 계획은 없었지만 그렇게 결정했다. 결정하고 나니 두려워졌다. 겁이 났다. 나만 생각하고 챙기면 되었던 20대의 내가 아니었기에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칠흑같이 검은 심연으로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두려움의 끝에서 문득 일론 머스크의 일화가 떠올랐다.


지금은 전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오른 일론 머스크도 창업 초기에는 두려움이 있었던 듯하다. 최악의 상황을 고민했던 것이다. 그에게 최악의 상황은 한 달에 30달러로 사는 삶이었다. 그는 최악의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보기로 했다. 오렌지와 냉동 핫도그 30달러어치로 한 달을 생활해 본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최악이 생각보다 견딜만하다고. 두려움이 사라진 것이다. 지금의 일론 머스크를 만든 시작점이었다. 


나 또한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에게 최악의 상황은 무엇일까? 그때 뭐 해 먹고살아야 하지? 직접 그것을 해보면 되지 않을까?'


나는 1일 1식을 하는지라 식비가 별로 드는 편은 아니다. 하루에 5만 원 정도만 벌어도 먹고사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을 듯했다.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면서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시간을 너무 빼앗지 않는 그러면서도 별다른 기술 없이 할 수 있는 일. 문득 하나가 떠올랐다. '쏘카핸들러'였다. 쉽게 말해 차를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시켜 주고 돈을 받는 일이었다. 바로 앱을 다운로드하고 회원가입을 했다. 

쏘카핸들러 서비스


인증 과정을 거친 후에 며칠 후부터 일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다소 헤맸지만 금세 적응을 했다. 쏘카핸들러는 시간과 거리 그리고 미션의 난이도(주유, 세차, 전기차 충전 등)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돈이 상이했다. 적게는 5천 원에서 많게는 3만 원 가까이를 한 건당 받을 수 있었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지만 비대면 서비스이기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할만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수도권 동네들을 갈 때면 재밌기도 했다. '천직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에 투여되는 에너지와 시간에 비해 돈을 괜찮게 버는 느낌이었다. 


약 한 달간 틈틈이 쏘카핸들러를 하다 보니 두려움이 서서히 사라졌다. 새로운 일을 하다가 잘 안되더라도 쏘카핸들러를 하면서 다시 재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엄청나게 힘들고 고된 육체노동을 해야만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괜찮은 옵션이 많았다. 쏘카핸들러뿐만 아니라 배민/쿠팡 라이더 등등. 마음만 먹으면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용기가 생겼다.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겠다는 용기. 그렇게 나는 망할까 봐 겁이 나는 단계를 초월하게 되었다. 이제는 잘 되는데만 집중하고 있다. 


망할까 봐 겁이 난다면 망한 상황을 미리 경험해 보자. 두려움에 빛을 비추는 순간, 두려움을 직접 온몸으로 경험하는 순간 두려움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같이 보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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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Melanie Was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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