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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Dec 18. 2023

당신의 '가격'은 틀렸다!

라틴어로 '프레티움(Pretium)'은 '가격'과 '가치'라는 두 가지 뜻을 동시에 가진다. 이처럼 가격은 가치와 연관되어 있다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가치는 어떠한 가치를 말하는가? 이에 대한 답이 가격을 바라보는 태도를 결정한다.


"커피 만드는 데 얼마나 든다고 이렇게 비싸게 팔아!"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가격은 제품의 객관적 가치와 연관되어 있다. 원가에 추가적인 비용과 이윤을 더한 제품의 객관적 가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격을 바라보는 태도이기도 하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말하는 노동가치설로 가격을 바라볼 수도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바로 피카소 냅킨 일화다. 세계적인 예술가인 파블로 피카소가 카페에 앉아 있었다. 그를 알아본 팬이 다가와 냅킨에 그림을 그려줄 수 있냐고 묻자 피카소는 흔쾌히 그림을 그려주었다. 기쁘게 냅킨을 받으려는 팬에게 피카소는 백만 프랑이라는 가격을 말했다. 깜짝 놀란 팬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백만 프랑은 너무 비싼 거 아닌가요?" 그러자 피카소는 답했다. "이렇게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수십 년이 걸렸소". 두 사람의 관점의 차이는 있지만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든 시간을 기준으로 가격을 바라보는 것은 동일하다. 즉 시간의 가치가 가격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처럼 제품의 객관적 가치 혹은 제품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을 기준으로 가격을 바라볼 것이다. 그것이 일반적인 가격에 대한 인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세계적인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헤르만 지몬 프라이싱>에서 다르게 답한다. 가격은 '고객이 인식하는 가치'라고 말이다. 인간 노동의 시간 단위 투입량으로 생각하는 가치나 객관적 가치와는 무관한 고객이 지각한 가치라고 강조해서 말한다. 


단순하지만 엄청난 통찰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정의 내리면 경영인이 해야 할 일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3가지 과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1) 가치를 창조하라: 재료의 질, 퍼포먼스, 디자인 등 모든 것은 고객이 지각하는 가치로 연결된다. 기술 혁신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가치를 소통하라: 당신은 고객의 지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가치 소통에는 제품 설명, 상품 판매에 대한 홍보, 브랜드 등의 방식이 있다. 포장, 상품의 퍼포먼스, 판매를 위해 놓인 선반의 위치나 온라인 판매처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3) 가치를 보존하라: 일단 구매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긍정적 지각을 지속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치의 지속은 사치재, 내구재, 자동차 등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용의가격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 헤르만 지몬, <헤르만 지몬 프라이싱>, 쌤앤파커스, 2017. 중


가격을 어떠한 가치로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이처럼 과제가 달라진다. 해야 할 일이 달라진다. 이를 통해 얻는 결괏값도 달라진다. 제목에서 '틀렸다'는 강한 단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세상에 무조건 맞고 무조건 틀린 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현시대에 더 도움이 되고 덜 도움이 되는 답은 있을 것이다. 다윈이 말한 진화론의 핵심도 '옳음'이나 '나음'이 아닌 '환경에 적응'아니던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헤르만 지몬이 정의한 '가격은 고객이 인식한 가치'는 가장 도움이 되는 답일 것이다. 다른 말로 적응에 최적화된 답일 것이다. 현상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현실이 결정된다.


당신의 가격은 어떠한가? 당신의 정의도 궁금하다. 


<같이 보면 좋은 책>

https://m.yes24.com/Goods/Detail/123762619



사진: UnsplashAngèle K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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