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B급 감성'을 표방한 음식점과 카페가 우후죽순 생겼던 적이 있다. 불완전하고 비영속적이며 미완성된 듯한 와비사비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곳을 좋아하는지라 이러한 가게를 응원했으나 대부분 얼마 가지 않아 없어졌다. 을지로에 위치한 '감각의 제국'을 빼고는 거의 다 자취를 감추었다.
오랜만에 B급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가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우리 동네에! 급히 방문했다. 효창공원역 근처에 위치한 '브레드 읍읍'이다. 이름부터 B급 감성이 물씬 나지 않는가? 식욕을 떨어뜨려서 F&B업계에서 기피 1순위 색인 푸르댕댕한 조명을 실내 전체에 쓰는 것을 보고 B급 특유의 반골기질이 단번에 느껴졌다. 다만 B급 감성에 머물지 않고 A급이 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다. 세 가지 포인트만 공유해볼까 한다.
1. 극단적 차별화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의 Z는 Zigzag, 즉 극단적 차별화를 의미한다. "모두가 이리로 갈 때(Zig), 저리로 가라(Zag)"라는 마티 뉴마이어의 말에서 영감을 받은 말이다. 책에서 가장 강조한 바이기도 하다. 책에서 극단적 차별화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다움을 뾰족하게 만들어 특정 고객의 특정 문제를 해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브레드 읍읍'은 극단적 차별화에 부합하는 듯 보인다. 일단 나다움이 뾰족한 것은 너무도 명확하다. 동네에서 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B급 감성'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느냐이다. B급 감성이 대세였던 때도 있지만 현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급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 B급 감성에 목마른 고객의 니즈를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 디테일
독특한 음료명과 이미지. 세탁기로 만든 테이블. 화장실을 회장실로 명명한 위트까지. 디테일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게 느껴진다. B급 감성이 단순 보여주기가 아니라 가게의 철학이라는 게 드러난다. 누군가에게 맡긴 컨셉이 아니라 주인의 시선이라는 게 느껴진다. 세상을 B급 감성으로 바라보는 주인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 시선에서 A급 용기가 느껴진다.
3. 편안함
B급 감성의 문제 중 하나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자극의 양이 너무 강하면 처음에는 재밌지만 곧 불편해지는 지점이 있다. 브레드 읍읍은 이를 듣기 편한 음악과 통창 그리고 깨끗한 화장실로 해결한듯 보인다. 즉 B급을 표방하지만 고객에게 A급 편안함을 선사하는 것이다. 많은 B급 감성 가게에서 실패했던 지점을 훌륭하게 해결했다. 오래 앉아 있다보면 'B급 감성'에 대한 자극량은 줄어들고, 편안한 카페에 온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의 감상은 다분히 B급 감성 카페를 응원하는 편파적인 심정이 들어가 있다. 예측이라기 보다 응원에 가깝다. 브레드 읍읍이 부디 오랫동안 장사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