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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Feb 03. 2024

"행복하세요?"라는 불행의 주문

"행복하세요"라는 말은 맺음말로 자주 쓰인다. 아침에 문자를 보낼 때면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로 대화를 마무리하고, 금요일에 누군가한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낼 때면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와 같이 말이다. 말하는 사람의 진심은 알 길이 없으나 언어적으로만 보면 행복을 누군가한테 습관적으로 빌어주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나는 이를 어느 순간부터 경계하고 있다.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드는 질문 중 하나가 "당신은 행복한가요?"라고 어느 철학자가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일상을 소소하게 하지만 불만 없이 지내던 이도 이러한 질문 앞에서는 본인의 행복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행복은 거대하고 특별한 무엇이라 느껴지기에 본인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내 깨닫게 된다. 행복과 불행의 이분법에서 행복하지 않으면 불행이 되기에 불행으로 자신의 삶을 치부하게 된다. 단 하나의 질문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과한 예시라고 말할 수도 있고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맞다. 다만 나의 경우는 그러했다. 행복을 생각할수록 행복에서 멀어졌다. 정확히는 행복에 집착할수록 행복에서 멀어졌다. 행복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나니 비로소 행복해졌다. 아니 평화로워졌다. 이때부터 행복에 대해서 섣불리 말하지도 않고 행복과 관련된 콘텐츠도 굳이 찾아보지 않았다.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은 이런 면에서 보면 내가 쉽사리 선택할만한 책은 아니다. 잠시 생각의 환기를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트레바리 놀러가기 모임에서 다루는 책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나에게 비트겐슈타인의 스승으로 각인되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 중 한 명인 비트겐슈타인의 스승이기에 인지는 하고 있었으나 그의 철학을 따로 살펴보지는 않았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바보들과 미치광이는 언제나 자기 확신에 빠져있고, 현명한 이들은 자기 불신에 빠져있다는 데 있다"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하여 이따금씩 인용하는 게 다였다. 그의 책을 이렇게 깊이 읽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책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공감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공감가지 않는 부분도 논리의 탄탄함에 틀렸다기보다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는 공감 가는 문장만 몇 개 인용해볼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삶을 즐기게 된 주된 비결은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였다는 데 있다."


"돈이 많아질수록 돈 버는 일은 점점 쉬워진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단조로운 삶을 견디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걱정하고 있는 문제가 대단치 않은 것임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걱정을 줄일 수 있다."


"행복의 비결은 되도록 폭넓은 관심을 가지는 것, 그리고 관심을 끄는 사물이나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따뜻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다시금 '행복'에 대해 오랜만에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의 생각은 책을 읽기 전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 행복을 놓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빅터 프랭클이 말한 대로 삶의 의미를 추구해야 행복이 이따금씩 포인트처럼 적립된다고 말이다. 


P.S. 이제 <나, 브랜드>를 강남에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회사 명함에 의존하는 삶이 아닌 내 이름 석자로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은 분들은 마감 전에 신청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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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Yuyang L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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