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친한 친구가 개원을 앞두고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의사(師)라는 전문인의 길을 혼자 걷다가 여러 직원들도 책임져야 하는 사업가(家)의 치열한 길로 들어서는 친구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다. 10년 넘게 브랜딩/마케팅을 해온 내 전문성을 활용해서.
친한 친구의 부탁이다 보니 'VIP 신드롬(의료계에서 쓰는 용어로 의사가 지인이나 중요인물을 수술할 때 더 잘하려다가 오히려 수술 결과가 더 나빠지는 현상)'이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힘을 좀 빼고 네이밍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어떠한 것을네이밍 하건 결국 이름이라는 것은 그것이 불릴 대상의 본질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아무리 멋들어진 이름이라도 그것이 불릴 대상과 괴리가 발생하면 그 네이밍은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나는 먼저 병원의 대표이자 대표원장인 친구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고 그로부터 두 가지를 추출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학력(연세대학교)과 이름(송한결).
그리고 이 본질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재구성했다. 네 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1. 쉽게 인지될 수 있는 '기억 용이성'
2. 병원이라는 업의 필수요소인 '신뢰도'
3. 타 병원과 구별되는 '차별성'
4.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변주해서 사용할 수 있는 '확장성'
그렇게 '연세결' 성형외과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연세대학교의 '연세'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인지'하고 또한 '신뢰'하는 이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세'라는 이름이 1번의 '기억 용이성'과 2번의 '신뢰도'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친구의 이름 중 '결'이라는 단어는 타 성형외과에서 잘 쓰지 않는 차별적인 한 글자이면서도 다양하게 변주해서 사용할 수 있는 확장성이 있었다. 즉 3번의 '차별성'과 4번의 '확장성'을 충족시키는 한 글자인 것이었다. '결'을 활용한 확장성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결'과로 말하는 연세결 성형외과
'결'론은 연세결 성형외과
아름다움의 '결'이 다른 연세결 성형외과
친구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결정이었기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 달간의 고민 끝에 마침내 친구는 '연세결 성형외과'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