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캡선생'이라는 부캐로 모임 진행 및 강의를 하다 보니 이 같은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을 들여 개개인의 특성과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구상해야만 한다. 일종의 컨설팅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위 질문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답을 주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단하게라도 답을 원하는 분들이 있어서 그럴 때는 이렇게 화두를 던지곤 한다.
본캐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지점에 부캐를 만들어보세요
이런 화두를 던지는 것은 부캐에는 삼성(三性)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 치유성
부캐는 본캐에 지친 나를 치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부캐가 본캐의 업무를 떠올리게 해서는 안된다. 주말에 상사의 카톡을 받으면 그게 설령 업무와 관련이 없을지라도 대부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왜냐하면 상사의 카톡이 바로 본캐의 업무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주말에 놀 때 회사원들은 웬만하면 본인 회사 근처에서 노는 것을 꺼려한다. 그곳에 핫플이 많을지라도 말이다. 이 또한 본캐의 업무가 연상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행동이다. 이처럼 부캐와 본캐간의 공간적/심리적 거리가 멀면 멀수록 본캐 연상작용이 희미해져 치유의 효과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 탈출하여 먼 곳으로 여행을 하듯, 본캐에서 탈출하여 먼 곳으로 부캐여행을 떠날 필요가 있다.
2. 의외성
일명 반전 매력이라는 것이 있다. 가녀리게 생긴 사람이 주짓수 유단자이거나, 거칠어 보이는 사람이 바이올린을 능숙하게 연주할 때와 같이 우리는 의외성이 있는 사람에게서 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 본캐와 부캐간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이러한 의외성이 발생한다. 그 결과 본캐도 그리고 부캐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확률이 높다.
3. 희소성
최근에 핫하게 언급되고 있는 NFT(Non-Fungible Token)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으로 직역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재화는 아니지만 그 희소성과 철학으로 인해 엄청난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었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의 가치는 극대화된다. 물론 '대체 불가능한 인력'은 '희소성'뿐만이 아니라 '수요'라는 측면도 작용을 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희소성' 그 자체가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본캐와 근접한 부캐를 만들 경우 희소성은 높기 힘들다. 왜냐하면 대부분이 본캐와 관련된(근접한) 자기 계발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캐와 본캐 간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그 사람의 희소성도 높아진다.
미국의 만화 작가 스콧 애덤스는 성공하는 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평범한 삶 이상의 특별한 삶(성공적 삶)을 이루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한 가지 분야에서 최고가 되거나 2. 두 가지 분야 이상에서 각각 상위 25%에 들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1번은 불가능에 가까우나 2번은 가능하다.
스콧 애덤스가 말한 두 번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지금까지 말한 부캐다. 특별한 삶의 문을 여는 열쇠는당신의 부캐가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