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Mar 26. 2022

최고 부자의 최애 예술품은?

우리나라 최고 부자는
무엇을 가장 갖고 싶어 할까?


문득 이러한 궁금증이 생겼다. 돈이 정말 많아서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무엇을 가장 갖고 싶을까? '젊음' '사랑' 같은 개념적인 것들을 제외하고 물건으로 한정해서 그리고 투자 목적의 자산들을 제외해 보았다. 그러다 보니 '예술품'을 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예술품도 투자 자산일 수 있으나 소유자가 예술 애호가라고 가정해보자)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부자들 중 예술 애호가를 찾아보았다. 나의 짧은 식견으로는 딱 두 사람이 생각났다. 바로 삼성그룹의 이병철 창업자와 이건희 전 회장.


먼저 이병철의 최애 예술품은 '청자 진사 주전자'였다.

사진 출처: 신동아
국보 133호로 지정된 이 작품에 대한 호암의 사랑은 그야말로 끔찍할 정도여서 작품을 공개할 때는 호암미술관 2층 전시실에 두께 30mm 방탄유리 진열장에 넣어 전시하고, 평상시에는 모조 청자로 대체하도록 엄명을 내렸을 정도였다고 한다. 비슷한 청자 주전자가 미국 워싱턴 프리어미술관에 소장돼 있는데, 뚜껑도 없고 정교함이나 조화 면에서 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을 네 번이나 바꾼 고려조의 절대적 권신 최충헌의 손자인 최항이 묻혔던 강화도 무덤에서 출토된 것인데, 당초 일본에 밀반출되었던 것을 사들였다고 한다.
- 허문명의 <경제사상가 이건희> 중 -


이건희도 그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도자기를 가장 좋아했다. 그의 최애 도자기는 '청화백자 매죽문 대호'였다.

사진 출처: 신동아
이 회장은 도자기 중에서도 백자, 그중에서도 '청화백자'를 가장 좋아했다고 가까이에서 접했던 사람들은 전한다. 청화백자는 흰 백자에 푸른색 코발트 안료로 화려한 그림을 그려 넣은 것으로, 흔히 '도자기의 꽃'이라 불린다. 14세기 중국에서 만들어졌지만 15세기 중반에 조선에 들어온 뒤 더 아름답게 만들어져 미술사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평가된다. 도자기에 그린 그림들도 궁중도화서 화원들이 직접 그려 넣은 것들이라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힌다. 워낙 희소해서 청자보다도 귀하게 여겨진다.
- 허문명의 <경제사상가 이건희> 중 -


최고 부자들의 최애 예술품을 보다 보니  돈의 제약이 없다면 어떤 예술품을 갖고 싶을지 달콤한 상상을 해보았다. 그리고 잠시의 행복한 고민 끝에 결정을 했다.


'금동반가사유상'으로!

사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기왕 갖는다면 '금' 아니겠는가? 농담이고 반가사유상은 보는 순간 무언가에 홀린 듯 끌렸다. 나를 고요한 바다의 저 밑으로 끝없이 침전시키는 듯한 강력한 힘이 느껴졌는데 그게 싫지 않았다. 아니 그 무력감이 꽤나 좋았다.


반가사유상에 매력을 느껴 공부를 하다 보니 그 자세에도 심오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앉은 자세는 결가부좌와 반가부좌가 있다. 왼발은 지성을 의미하고, 오른발은 행위를 의미한다. 반가사유상은 오른발을 왼쪽 무릎에 올려놓은 반가좌로 되어있다. 오른발을 올려놓았다는 것은 오른발을 압박한다는 의미다. 반가사유상에서 행위(실천)보다는 지성(이론)을 강화한다는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사유상(思唯像)이라는 이름에 맞는 자세다.
- 조용헌의 <동양학을 읽는 아침> 중 -


보자마자 감흥을 주는 예술도 있고 공부를 해야지만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예술도 있는데 나에게 반가사유상은 이 둘을 모두 충족시키는 최고의 작품이다.


글을 쓰다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여러분은 단 하나의 작품만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작품을 갖고 싶은가?



Photo: Sotheby's Auction House


매거진의 이전글 <터키즈 온 더 블럭>과 SNS 게시물의 성공 방정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