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틀' 자체를 만드는 것이 신선하게 보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같은 가수의 같은 노래라도 어떠한 틀에서 보여주면 신선할지를 고민해볼 수 있다. 나는 이를 "Thnk about the box(상자에 대한 생각)" 사고방식이라 부른다. 성공적인 세 가지 음악 상자를 통해 이를 알아보자.
1.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Tiny Desk Concerts)
유명가수의 라이브 공연을 한다면 어떤 장소가 좋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탁 트인 공간', '맘껏 소리지를 수 있는 공간' 등이 필수요소가 아닐까 싶다. 반대로 말해 '좁은 공간' 그리고 '조용해야할 것만 같은 공간'은 라이브 공연에 가장 부적합한 곳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공간에서만 공연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National Public Radio)에서 주최하는 책상(Desk) 주변에서 진행하는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다.
책과 소품 등이 빽빽하게 꽂힌 공간에서의 공연은 관람객 뿐만 아니라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에게도 신선한 경험이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아티스트의 표정과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같은 공간에서 나만을 위해 공연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형공연장에서 수만 명의 관객을 대상으로만 공연하는 대형가수가 나만을 위해 공연하는 듯한 특별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신선한 틀로 개인화된 경험을 선사하는 음악상자다.
2. 더 퍼스트 테이크 (The F1rst Take)
여러분이 헤드폰 담당 마케터라면 어떻게 마케팅을 하겠는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아티스트와의 콜래보레이션일 것이다. 그렇다면 영상을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 아마도 헤드폰이 강조되는 앵글, 특히 헤드폰에 각인된 로고가 잘 보이는 측면을 부각해서 영상을 촬영할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찍으면 헤드폰은 잘 보이되, 광고같은 느낌이 짙어져서 소비자에게 외면받기 쉽다.
소니(Sony)는 이 문제를 쉽게 해결했다. '한 번의 녹음으로 끝낸다'는 컨셉으로 말이다. 무엇인가에 몰입하는 모습은 대개 정면이 아닌 측면으로 그려진다. 다시 말해 한 번의 녹음으로 끝내야만 하는 컨셉이기에 아티스트는 몰입을 하게 되고, 이는 측면에서 촬영할 당위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긴장감을 자아낸다. 아티스트가 행여나 실수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진다. 소비자도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측면에서 촬영해야만 하는 이유를 그리고 콘텐츠에 대한 높은 몰입도를 단 하나의 컨셉으로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음악 상자다.
3. 킬링보이스 (Killing Voice)
숏폼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대중가요에서 간주가 사라진 시점을 만나게 된다. 1절과 2절 사이에 응당 나오던 긴 연주구간이 사라진 것이다. 듣는 사람의 집중력이 떨어지다 보니 가사없이 연주만 나오는 간주를 없애버린 것이다. 한 곡당 최소 3분은 넘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도 깨졌다. 현시점 케이팝의 대세인 뉴진스의 대표곡인 <슈퍼 샤이>는 2분 34초, <ETA>는 2분 31초에 불과하다.
이렇게 짧은 곡도 끝까지 안듣는 혹은 못듣는 사람이 늘어나는 듯하다. 유튜브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영상을 보면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주는 플레이리스트(playlist)보다 중간 정도에서 다른 노래로 넘어가는 믹스세트(mixset) 형태가 대세를 이루는것이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잘 보여주지 않나 싶다.
시대의 변화,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고 콘텐츠로 만든 것이 딩고의 킬링보이스다. 유명한 가수가 출연하여 자신의 히트곡을 하이라이트 위주로 메들리로 선보인다. 앞서말한 믹스세트보다도 짧다. 듣는 사람이 "아~ 그 노래!"할 찰나에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노래보다 아티스트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음악상자다. 뮤직(music)보다 뮤지션(musician)을 돋보이게 만드는 음악상자다.
* 1인 기업가, 자영업자에게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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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진 출처: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