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파는 사람은 이렇게 팝니다>를 읽고
세일즈, 마케팅, 브랜딩을 어떻게 구분할까?
‘판다’라는 목적에서는 세일즈, 마케팅, 브랜딩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방식에 있어서 그리고 뉘앙스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세일즈는 ‘판다’, 마케팅은 ‘사고 싶게 만든다’, 브랜딩은 ‘사랑하게 만든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영어로 표현하면 ‘push’, ‘nudge’, ‘seduce’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이 셋을 무자르듯 나눌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이고, 이 중 어느 하나가 우위에 있거나 열위에 있다는 말이 아니라는 점이 두 번째다. 그저 ‘직접성’의 강도나 뉘앙스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회 초년생 때는 이를 잘 몰랐다.
초기 커리어를 영어 통번역으로 시작한 나는 이후 마케터로 전환하게 되었다. 많은 신입사원들이 가장 선망하던 보직은 ‘마케팅’이었고, 피하고자 했던 보직은 ‘세일즈’였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마케팅팀에 배치된 나는 무의식적으로 마케팅이 세일즈보다 우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고정관념이 조금씩 옅어지기는 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러한 고정관념이 단번에 사라진 계기는 ‘사업’이었다. 초기 사업에서 세일즈는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모든 것이었다. 기초이자 기본이었다. ‘세일즈 없는 마케팅’은 하늘에 둥둥 떠있는 궁전 같았다. 보기는 좋지만 생활은 불가능했다. 이때부터 세일즈의 중요성을 깨닫고 공부를 시작했다.
다양한 세일즈 책을 읽어보았는데,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었다. 그 내용은 직접적이고, 적용하기에도 용이했다. 황현진의 <잘 파는 사람은 이렇게 팝니다>도 그랬다. 세일즈에 대한 기본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실용적인 팁들이 많았다. 이 책에서 마케팅과 접점이 있다고 느낀 부분은 ‘언어’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같은 제품과 서비스라도 언어를 다르게 사용함으로써 판매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내가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각과 일맥상통했다. 나는 마케팅을 이렇게 정의한다. 고객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제품과 서비스로 만들고, 이를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로 전환하는 작업, 즉 ‘진심을 번역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황현진 작가가 말한 ‘파는 방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다른 세일즈 서적들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잘 파는 사람은 이렇게 팝니다>라는 제목을 <사고 싶게 만드는 사람은 이렇게 합니다>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책을 마케팅 서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황현진 작가는 ‘진심을 번역할 줄 아는’ 세일즈맨이자 마케터였다.
* 자영업자/1인 기업가라면 꼭 읽어볼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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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의Justin 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