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였던 ‘삼성물산’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로지컬 씽킹’이었다. 팀 내 선배 중에서 컨설턴트 출신들이 있어서 이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퇴사 후 공동 창업을 하고 나서 ‘인터파크’, ‘CJENM’, ’ 마이셰프‘ 등의 브랜드컨설팅을 하면서도 필요했던 건 ’ 로지컬 씽킹‘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맥킨지식 MECE와 BCG식 Growth-share matrix가 주된 사고의 틀이었다. 컨설턴트로서 그리고 대행사 공동 창업자로서 이러한 로지컬 씽킹은 ‘핵심자산’이자 ‘차별화 포인트’였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내 사업을 할 때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데루야 하나코와 오카다 게이코의 <로지컬 씽킹>을 읽으면서 반가우면서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웠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813666
책이 말하는 바를 내 식대로 단순하게 공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로지컬 씽킹 = MECE X (So What + Why So)”
이 공식에서 문제점이 하나 있다. 인간이라는 주체이자 대상을 ’ 합리적‘이라고만 가정한다는 것이다. 즉 합리성을 기반으로 이 공식을 풀어낸다는 점이다(역사를 지속적이자 선형적으로 본다는 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많은 점을 놓치게 된다. 맥킨지가 1999년에 LG전자에 가전부문을 GE에 매각하라는 조언. 2007년에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니 피처폰에 집중하라는 조언. 모두 로지컬 씽킹에 의한 결론이었을 것이다(물론 내부적으로 답정너인 상황이었을 수도 있지만). 논리적으로는 결점이 드러나지 않는 탄탄한 주장이었을 것이다. 허나 문제는 모두 알다시피 틀린 결론이라는 점이다. 논리적으로 완벽에 가까우나 결과적으로 완패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렇다면 로지컬 씽킹은 필요 없을까?
그렇지 않다. 필요하다. 어떤 일을 하든 나만의 일에 대한 시각과 틀인 프레임워크(Framework)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다만 로지컬 씽킹 너머에 있는 인간의 비합리성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경제학을 이해할 때 고전경제학과 행동경제학을 바라보듯이 말이다. 내 식대로 말하자면 헬스장이 있는 건물 1층 상가에 ‘샐러디(논리적)’와 ‘명랑핫도그(직감적)‘를 모두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판사판'이라는 말이 있다. 눈에 보이는 논리적이고 물질적인 세계인 '사판'을 고려함과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비논리적이자 비물질적인 세계인 '이판'을 모두 고려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결정하고 나아가라는 뜻을 담고 있다. 로지컬 씽킹의 '사판'에는 반드시 '이판'도 필요함을 상기하고자 한다. 나의 생각이자 다짐이다.
사진: Unsplash의John Ar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