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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과 버거킹에게 배운 456억?

by 캡선생

요즘 하는 거의 모든 일이 책을 읽거나 쓰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상 콘텐츠는 멀리하게 되었다. 꼭 필요한 경우에도 유튜브는 2배속으로 보거나, 스킵을 해가며 필요한 정보만 빠르게 습득하는 식이다. 오징어게임 시즌1을 재미있게 봤음에도 불구하고 시즌2는 보지 않고 있었던 이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모임과 SNS에서 오징어게임 시즌2를 봐야만 알 수 있는 콘텐츠가 급속도로 늘어나더니, 결국 더는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넷플릭스를 열었고,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2배속을 찾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최대 배속이 1.5배였다.


결국 꽤 진득하게 시즌2를 감상했다. 오징어게임을 보고나서 버거킹을 들렀는데 무인 계산대에 익숙한 인물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영희였다. 알고 보니 버거킹도 오징어게임과 콜라보 중이었다. 콜라보 메뉴인 456 크로켓을 주문하면 영수증을 통해 게임에 참여할 수 있었고, 당첨되면 456억 원은 아니지만 456만 원 상당의 골드바를 받을 수 있었다.


오늘은 오징어게임 시즌2와 이를 활용한 버거킹 이벤트에서 얻은 두 가지 인사이트를 나눠보고자 한다.


1. 오징어게임 시즌2는 좋은 작품이자, 그렇지 않은 작품이다

IMG_1012.jpeg 사진 출처: Game Rant

시즌2를 보기 전에 걱정이 있었다. 시즌1에 비해 별로라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말이 많았다. 탑이 발연기를 했다거나, 조연들이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과장된 연기를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웬걸? 나는 재밌게 봤다. 괜찮았다. 물론 과장된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적 연기보다는 연극적 연기라는 느낌이 강했다. 왜 연극적인 연출을 했을까? 여기서 나는 ‘타깃’의 변화를 느꼈다. 시즌1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지만, 제작 당시만 해도 주 타깃은 한국인이었을 것이다. 한국인의 눈높이에 맞춰 개연성과 연기를 설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시즌2는 다르다. 이미 전 세계가 주목하는 콘텐츠가 되었고, 그렇다면 타깃 역시 한국인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들이 보기에, 미묘한 표정이나 대사로 감정을 전달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조금 더 과장되고 극적인 연출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게 정점으로 드러난 캐릭터가 탑이 연기한 타노스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그의 연기에 대해 호평이 꽤 보였고, 국내와 달리 혹평이 많지 않았다. 심지어 오징어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 이정재, 이병헌, 박성훈(전재준)에 이어 4위에 올린 매체도 있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간단하다. 모두에게 좋은 콘텐츠는 없다. 누구에게는 좋은 콘텐츠가, 다른 누구에게는 그렇지 않은 콘텐츠다. 중요한 건 타깃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들의 시선에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2. 오징어게임을 활용한 버거킹의 콜라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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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버거킹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오징어게임과 콜라보 메뉴를 내놓으면서 그들은 어떤 이벤트를 진행했을까? 보통 대기업의 마케터라면 디지털 방식을 떠올릴 것이다. 콜라보 제품을 홍보하고, 구매 인증이나 이벤트 신청을 유도하며, 경품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방식을 모두 온라인 상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버거킹은 달랐다. 콜라보 메뉴를 구매하면 나오는 영수증에 찍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고, 영수증에 찍힌 참가번호를 입력하면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이 이벤트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오징어게임이라는 콜라보 대상과의 컨셉 일관성이다. 오징어게임의 핵심은 추억의 아날로그 게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벤트 역시 이 컨셉을 살려야 한다. 디지털 방식 대신, 영수증과 전화라는 아날로그 매체를 활용한 건 이런 면에서 신의 한 수였다.


둘째, 비용 대비 효과다. 디지털 이벤트는 세팅 비용, 관리 비용,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영수증과 전화만 활용하면 이러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동시에 오징어게임이라는 대형 IP를 제대로 활용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으니, ROAS(광고비 대비 수익률) 측면에서도 훌륭한 전략이었다.


셋째, 누구나 참여하기 쉬운 이벤트라는 점이다. 온라인 이벤트의 경우 50대 이상의 장년층이 참여하기에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수증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고 번호를 누르는 방식이라면 남녀노소 모두 참여하기 쉬운 방식이다. 허들을 낮추어 모두에게 열린 이벤트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실무자를 칭찬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라면 콜라보 음식이 맛이 없었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버거킹 메뉴를 먹다 남겼다.


오징어게임 시즌2와 버거킹 콜라보를 통해 배운 것은 단순하다. 모든 콘텐츠와 마케팅의 성공은 타깃 설정과 컨셉 일관성에 달려 있다. 시즌2는 글로벌 타깃을 겨냥해 표현 방식을 조정했고, 버거킹은 오징어게임이라는 콘텐츠의 본질을 이벤트 설계에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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