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은 우리 제품보다 훨씬 별로인데, 마케팅을 잘해서 뜬 거지."
브랜드 컨설팅을 하다 보면 경쟁사에 대한 이런 시각을 자주 접한다. 우리 제품이 훨씬 좋은데, 마케팅 때문에 소비자가 몰라주고 더 별로인 제품을 구매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광고만 잘하면 우리 제품도 잘 팔릴 거야"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마케팅은 단순히 광고를 잘하는 게 아니다. 고객의 가치를 탐구하고, 창출하며, 전달하는 큰 과정 전체가 바로 마케팅이다. 그래서 고객의 니즈를 깊이 고민하지 않은 제품은 아무리 광고를 잘해도 소비자에게 큰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내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으면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고객의 니즈'와 '나의 강점'이 정확히 맞아떨어질 때 마케팅은 빛을 발한다.
최근 서울역에 있는 덮밥집 이야기를 들었다. 메뉴가 특이한 것도 아니고, 맛이 엄청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화제가 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덮밥집의 핵심 메시지는 '맛'도 '가격'도 아닌 바로 '속도'였기 때문이다.
기차역이라는 특성상 느리게 나오는 음식을 먹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미리 조리된 음식이나 패스트푸드를 선택한다. 하지만 여전히 "따뜻한 밥을 먹고 싶다"는 니즈를 가진 고객도 분명히 있다. 이런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속도'다. 그리고 이 덮밥집이 가장 잘하는 것도 바로 '3분 만에 나오는 따뜻한 밥'이다.
고객의 니즈(빠른 속도로 따뜻한 밥)와 자신의 강점(3분 조리)이 만난 상품과 메시지가 결합했을 때 마케팅은 성공한다. 서울역 덮밥집은 이런 교차점을 효과적으로 찾아낸 사례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유튜브에서 본 강민경의 콘텐츠도 흥미로운 사례다. 그녀의 유튜브에 최근 <검은 수녀들>에 출연한 배우 송혜교가 등장했다. 그런데 이 콘텐츠는 흔히 볼 수 있는 인터뷰가 아니었다. 그럼 무엇이었을까? 바로 '송혜교 브이로그'였다.
강민경이 주인인 채널에서 송혜교가 자신의 일상을 브이로그로 보여주는 방식은 완벽한 역발상이었다. 브이로그는 보통 채널 주인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콘텐츠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독창적 아이디어가 바로 신의 한 수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송혜교가 영화 홍보차 출연한 그 어떤 콘텐츠보다도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심지어 비슷한 시기에 업로드된 국민 방송이라 할 수 있는 <유퀴즈>보다도 조회수가 높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강민경의 콘텐츠는 대중의 니즈와 자신의 강점을 완벽히 결합했기 때문이다.
대중의 니즈: 송혜교의 팬들이 그녀의 일상을 보고 싶어 함.
자신의 강점: 강민경은 브이로그 제작과 자연스러운 편집에 강점이 있음.
경쟁사와 차별화: 기존 인터뷰 중심의 홍보 콘텐츠와는 완전히 다른 신선함 제공.
"나 말고 송혜교 브이로그..."라는 짧고 간결한 제목은 이 모든 것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이 사례를 마케팅에서 흔히 사용하는 3C 분석(Company, Customer, Competitor)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Customer(고객): 송혜교의 팬들이 그녀의 리얼한 일상을 보고 싶어 함.
Company(자사): 강민경 채널은 브이로그 콘텐츠 제작과 편집에 강점이 있음.
Competitor(경쟁사): 인터뷰 형식에만 의존하는 기존 영화 홍보 콘텐츠와의 차별화.
이 세 가지 요소가 완벽히 맞아떨어질 때 마케팅 전략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강민경이 의도적으로 기획한 것인지 우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최적의 전략적 접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역 덮밥집과 강민경의 유튜브 사례는 마케팅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탐구하고, 그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했을 때 마케팅은 성공할 수 있다.
마케팅은 단순히 광고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고객과의 교차점을 찾는 일이다. 우리 제품이 더 좋은데 왜 안 팔릴까?라는 질문을 하기 전에, "고객은 무엇을 원하는가?"와 "우리가 정말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해 봐야 한다. 그 답이 바로 마케팅 성공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