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잘'은 'Well(훌륭한)'이 아니라 'Often(자주)'을 의미한다. 100일 동안 1일 1글을 썼으니 꾸준하게 그리고 빈번하게 '잘' 썼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30일 동안 1일 1글을 쓸 때만 해도 내가 이것을 100일까지 이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일이 아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쓰고자 한다.
꾸준히 무엇을 못하는 사람을 누군가는 '게으르다'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꾸준히 못했을 때와 꾸준히 했을 때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게으름'이 아니었고, 내 주변에 꾸준히 못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게으른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꾸준함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나에 대한 적절한 기대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 모임에서 내가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자, 한 참여자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도 꾸준히 글을 쓰려고 하는데 잘 안 써지네요
그래서 나는 "혹시 본인의 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했고 그분은 화들짝 놀라며 어떻게 알았냐고 질문을 했다. 나는 이와 비슷한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그분의 반응이 그리 놀랍지 않았다. 꾸준히 무엇을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꾸준히 내가 해내야 하는 것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그것이 결과물이 되었건 해야 되는 양이 되었건 간에 말이다.
새로운 목표가 생기면 그 순간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즉 미래의 나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는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목표가 조금만 지나도 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즉 작심삼일의 원인은 '의지박약의 나'가 아닌 '기대치가 너무 높은 나'에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깨닫고 나서는 계획하는 거의 모든 것을 꾸준히 해낼 수 있게 되었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의 절반 이하로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조금만 해도 되나?"싶을 정도로 기대치를 낮추어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익숙해지면(습관화가 되면) 아주 미세하게 그 양이나 질을 높여가는 식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운동을 예로 들어보겠다. 나는 매일 플랭크를 한지가 5년이 넘었는데, 목표를 정할 때만 해도 내가 1분 넘게 할 수 있딘는 것을 알았지만 30초만 하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다. 그리고 할 때마다 "너무 짧게 하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듬에도 그것을 일정기간 유지를 했다. 운동의 효과보다는 그것을 습관화하는 것이 더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습관화되었다고 느껴졌을 때부터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기 시작해서 지금의 루틴을 완성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너무 잘 쓰려는 욕심을 애초에 버리고 시작했다. 그래서 글이 아무리 허접하다고 느껴지더라도 20분 내로 쓴 내용만 올리기로 했다. 그렇게 쓴 내용을 수정하는 것도 3번을 넘기지 않으려고 했다. 나의 목표는 '매일 글쓰기'였지 '역사에 남을 글쓰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습관화 되었고 100일동안 매일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글의 퀄리티를 높이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나는 축적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이 축적의 기반이 되는 것은 '꾸준함'에 있고 이 기반을 만들 수 있는 마음가짐이 바로 '나에 대한 적절한 기대치'이다.
p.s. 물론 이 축적은 생각없는 축적이 아니라 타인과 스스로의 피드백을 끊임없이 반영하는 의식적인 축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