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Colin & Samir’에서 진행한 잭 콘티(Jack Conte)의 1시간이 넘는 인터뷰 영상을 보며 틈틈이 정리해둔 생각들을, 하나의 인사이트로 엮어보았다.
4월 17일, 채용 시장을 들썩이게 한 기사가 있었다. 카카오가 인공지능(AI)으로 대체 가능한 직무의 신규 채용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곧 카카오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기사는 사람들 마음속에 오래전부터 자리해온 불안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AI가 내 일자리를 대체하지는 않을까?”
이 두려움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다. CEO 토비 뤼트케는 “AI로 해결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면 추가 인력 채용은 없다”고 선언했다. 이 말은 곧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일이라면 사람을 뽑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일까?”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여기에 대해 명쾌한 답을 줬다.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다. 수학 계산처럼 인간에게는 어려운 일은 AI가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걷기나 감정 읽기처럼 인간에게는 쉬운 일이 오히려 AI에게는 가장 어렵다는 역설이다. 인간이 자연스럽게 해내는 감정 교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는 AI가 넘기 어려운 벽이다.
크리에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AI가 영상을 만들고, 문장을 쓰고,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는 여전히 사람만이 만든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흐름 하나가 이미 바뀌고 있다. 바로 ‘팔로워의 종말’이다.
# 팔로워의 종말, 알고리즘의 등장
한때 SNS에서 ‘팔로워’는 곧 ‘가치’였다. 팔로워 수는 영향력의 지표였고, 수익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틱톡이 이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틱톡은 내가 팔로우한 사람의 콘텐츠가 아닌,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방식에 더 만족했다.
이후 인스타그램은 ‘릴스’, 유튜브는 ‘쇼츠’를 통해 틱톡의 방식처럼 추천 중심 구조로 전환했다. 이로써 플랫폼은 ‘팔로우 기반’에서 ‘발견(Discovery) 중심’ 콘텐츠로 무게중심을 옮기게 되었다. 문제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내 팔로워는 내 사람’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플랫폼이 잠시 빌려준 관심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팔로워가 아닌, 진짜 팬과 다시 연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숏폼은 유혹, 롱폼은 관계
지금 대세는 숏폼 콘텐츠다. 하지만 이 말은 절반만 맞다. 진짜 대세는 숏폼으로 사람을 유혹하고, 롱폼으로 관계를 쌓는 구조다. 사람들은 우연히 짧은 콘텐츠를 보며 새로운 크리에이터를 발견하고, 롱폼 콘텐츠에서 그 크리에이터와 관계를 맺는다. 숏폼이 ‘입구’라면 롱폼은 ‘거실’이다.
유튜브, 팟캐스트, 뉴스레터 같은 롱폼 콘텐츠는 크리에이터의 취향과 철학, 정체성을 오롯이 담을 수 있다. 이 깊이 있는 표현들이 반복될 때, 팬과의 신뢰가 차곡차곡 쌓인다. 이 신뢰가 팬덤이 되고, 수익의 기반이 된다.
잭 콘티와 유튜브 채널 ‘콜린 앤 사미르’도 수년간 미미한 조회수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주기적인 업로드'라는 포맷을 꾸준히 유지했다. 이 일관성이 오히려 그들만의 정체성을 만드는 기반이 되었다. 나 역시 매주 일요일, 팟캐스트 <책잡힌 사이>를 올리며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꾸준함이 팬덤을 만들고, 팬덤이 커뮤니티를 만든다.
# 포맷 vs 스타일
모든 크리에이터가 매주 올릴 필요는 없다. 어떤 크리에이터는 하나하나의 콘텐츠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우리는 이를 ‘스타일’형 크리에이터라 부를 수 있다. 반면 꾸준한 패턴과 리듬을 갖고 콘텐츠를 쌓아가는 ‘포맷’형 크리에이터도 있다.
어느 방식이 맞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중요한 건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은 결국 오토텔릭(Autotelic)이라는 태도에서 나온다. 결과나 반응에 상관없이, 그 과정 자체에 몰입하고 즐기는 태도를 의미한다. 그 몰입이 콘텐츠에 고스란히 녹아들 때, 사람들은 감동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이 감동은 쉽게 따라올 수 없다.
# 유튜브의 세 가지 규칙
유튜브에는 세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1) 클릭하게 만들 것 (썸네일)
2) 기대에 부응할 것 (썸네일에 부응하는 콘텐츠)
3) 관계를 이어갈 것 (지속적인 소통)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콘텐츠는 결국 팬덤을 만든다. 그리고 팬덤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 크리에이터, 이제는 비즈니스다
2023년 기준 크리에이터 시장은 약 2500억 달러, 2027년까지 두 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 시장에서 진짜 돈을 버는 크리에이터는 극소수라는 점이다. 그래서 체계가 필요하다.
1) 미디어 마켓 핏을 찾고
2) 숏폼으로 유혹한 뒤 롱폼으로 신뢰를 쌓고
3) 커뮤니티를 만들고
4) 수익을 다변화하며
5) 사람과 협업하며 확장할 것
기술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차이는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능력’에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뛰어난 기술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이야기다. 당신만의 이야기를 꺼내 세상과 연결될 시간이다.
사직서는 못 쓰고, 출근은 싫다면. 당신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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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의Free Walking Tour Salzbu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