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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기회로 바꾸는 법, 액막이 명태에서 배우다

by 캡선생


코로나가 서서히 마무리되어 가던 어느 날 밤이었다. 여전히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조금씩 야외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별 생각 없이 잠실역 상가 근처를 지나가는데, 길게 늘어선 사람들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별히 유명한 맛집도, 트렌디한 카페도 없는 거리였는데 말이다. 자세히 보니 간이의자에 앉아 사주팔자와 손금을 봐주는 분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곰곰이 떠올려보니, 비슷한 장면을 예전에도 종종 봤던 것 같다. 경기가 어려워지거나, 사건/사고로 사회 전반의 불안감이 높아질 때면 유독 수요가 오르는 상품과 서비스들이 있다. 예컨대, 전쟁 이슈가 있을 때 라면 사재기가 있었고, 묻지마 범죄가 화제가 되면 호신용품이, 전염병이나 자연재해 뉴스가 많을 때는 구급 키트나 생존용 식량이 많이 팔리곤 했다.


액막이 명태 .png 액막이 명태 검색량 추이


우리는 불안할 때 무언가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단지 물건이 아니라 ‘의미’인 경우가 많다. 올해부터 컨설팅 중인 브랜드 ‘페이퍼어스’의 폴럭 ‘액막이 명태’를 접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을 구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튜브 인테리어 콘텐츠에서도 종종 ‘액막이 명태’가 등장한다. 물론 인테리어 소품으로 소개되긴 하지만, 단지 장식용이었다면 이토록 자주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불운을 막고 싶다’는 마음을 은근히 담아내는 방식으로 ‘액막이 명태’를 선택하는지도 모른다.


https://smartstore.naver.com/paperus/products/11333230664


불황이라고 해서 무조건 싼 것만 잘 팔리는 건 아니다. 이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우리는 그 프레임에 쉽게 갇힌다. 가격을 낮추는 건 당연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정작 사람들이 원하는 건 ‘의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의미를 품은 제품이 시장에서 더 깊이, 오래 살아남는다.


예전 같았으면 ‘부적’이 이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종교적 이유나 시각적인 부담감 때문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오늘날엔 보다 은유적이면서 부담 없는 형태,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액막이 명태’ 같은 제품이 주목받는 것 아닐까. 결국 소비자의 본질적인 니즈는 과거에도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 표현하는 형태가 달라졌을 뿐이다.


자본주의는 늘 호황과 불황을 오간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처럼, 어떤 현상이 극에 달하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불황은 늘 찾아오고, 그 속에서 소비자의 니즈는 다시 떠오른다. 결국 중요한 건 그 니즈를 어떻게 오늘날의 감각으로, 시대정신에 맞춰 풀어내느냐다.


불황은 어렵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그 안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해답은 언제나 소비자의 마음속에 있다. 함께 힘을 내보자!



삼성물산 출신 저자의 퇴사 후 생존기, 책쓰기부터 브랜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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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Deepavali Ga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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