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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법을 왜 남에게 알려줄까?

by 캡선생


어느 SNS를 가더라도 반복해서 보게 되는 질문의 형태를 띤 불만이 있다.


“돈 버는 법을 자기만 알면 되지, 왜 굳이 남한테 알려줘?”


월 천만 원을 번다고 말하면서, 그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사람들. 그리고 그 비법이 궁금하면 수백만 원을 내고 강의를 들으라고 하는 사람들. 하지만 막상 들어보면 이미 수많은 책이나 블로그, 유튜브에서 들었던 내용의 재탕인 경우가 많다. 이쯤 되면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걸로 돈 버는 사람”이라는 냉소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성공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정작 본인은 그걸로 성공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런 시선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그런 사기(?) 사례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다. 실제로 본인이 돈을 벌었고, 그 방법을 진심으로 공유하려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직접 만나본 적도, 그들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왜 어떤 사람들은 돈 버는 법을 굳이 남에게 알려주는가? 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1. 인정 욕구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게 존경이든, 감사든. 내가 해낸 일에 대해 누군가가 "정말 대단하네요"라고 말해줄 때 느껴지는 감정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한테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고 기뻐하던 마음은, 어른이 되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특히 좋은 학벌이나 전문직처럼 사회적으로 이미 검증받은 타이틀이 없는 부자일수록 이 욕구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스스로 돈을 벌었더라도, 주변에서 이를 제대로 알아주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비싼 차를 타더라도 사람들이 기억하는건 '내'가 아니라 '비싼차'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방법’을 누군가에게 알려주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성과를 드러낼 수 있고, 동시에 고마움과 존중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이만큼 해냈다’는 걸 인정받는 방식인 것이다.


2. 파이를 키우는 전략

리누스 토르발스는 운영체제를 무료로 공개해 '리눅스'를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로 막대한 수익을 낸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선택이다. 그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단순히 ‘공짜로 뿌렸다’가 아니다. 그는 운영체제라는 생태계를 키우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이 쓰고, 함께 발전시키고, 더 나은 시스템이 되도록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이 전략은 ‘돈’에도 적용된다. 시장을 키워서 더 큰 기회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10억 원짜리 시장에서 100%를 독차지하는 것보다, 1조 원짜리 시장에서 10%를 가져가는 게 훨씬 이득이 크다. 작은 시장에서 독식하는 것보다, 큰 시장을 만들고 거기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게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한 전략이다.


테슬라도 같은 전략을 썼다. 초기에 전기차 관련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핵심 기술은 철저히 숨기는데, 테슬라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왜일까? 전기차 시장 자체가 커져야 테슬라가 꿈꾸는 미래도 실현되기 때문이다. 파이를 키우면 내 몫도 커진다.


3. 홍보 효과

사실,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건 ‘훌륭한 마케팅’이다. 내가 만든 서비스나 제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수익을 만들었는지 설명하는 것은, 곧 우리 회사의 경쟁력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특히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기업들이 성장의 다음 단계를 도모할 때 자주 사용하는 전략이다.


교촌치킨, 야놀자, 다이소 같은 회사들의 창업자들이 자서전 형식의 책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책에는 자신들이 어떻게 사업을 키웠는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었는지 상세히 담겨 있다. 물론 이미지 메이킹이 어느 정도 들어갔겠지만, 핵심 전략이나 인사이트를 꽤 구체적으로 공개한다. 이로 인해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도 올라간다. 이는 고객 확보는 물론, 투자 유치나 인재 영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물론,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 중 일부는 허상만 팔며 신뢰를 해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양한 동기와 전략이 존재한다는 점도 우리는 함께 봐야 한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더 큰 시장을 만들고 싶은 욕망, 그리고 자신이 해온 길을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하는 지혜.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자신이 만들어낸 가치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며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려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돈을 버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들을 단순히 ‘사기꾼’으로 치부하기보다는,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건 아닐까.



퇴사 후 뭐하지?

글쓰기, 전자책, 브랜딩까지

회사 없이도 ‘내 이름’으로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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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Marek Studzi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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