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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들 진짜 고객 중심이세요?

by 캡선생

“고객 중심”


이 말은 대기업부터 1인 기업까지, 규모를 불문하고 폭넓게 사용된다. 업종이나 카테고리도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정작 이 말의 진짜 의미를 깊이 있게 곱씹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물속에 사는 물고기가 ‘물’을 인식하지 못하듯 말이다.


우리가 ‘고객 중심’을 종종 잊고 있다는 건 여러 장면에서 드러난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 말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왜 고객들이 몰라주는지 모르겠어요.”


여기서 말하는 ‘좋은 제품’은 대부분 고객의 시선이 아닌, 만든 사람의 시선에서 ‘좋다’고 판단된 제품이다. 그러니 고객이 반응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모두에게 좋은 제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위한 제품인지 물으면 대부분 대답이 없다. 결국 고객을 중심에 두지 않은, 즉 ‘생산자 중심’의 제품이기에 고객의 반응이 없는 것이다.


‘고객 중심’을 진짜로 실천하려면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내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히 아는 것
둘째, 그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먼저 ‘내 고객이 누구인지 안다’는 건 “2030 여성”, “3040 남성”처럼 뭉뚱그린 타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들으면 한 사람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페르소나’여야 한다. 나는 책을 쓸 때마다 가능한 한 선명한 페르소나를 설정하려고 한다. 이번 8월에 출간할 퍼스널 브랜딩 책 <브랜딩 법칙 NAME(가제)>도 특정한 한 사람을 염두에 두고 썼다.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이렇다.


대기업에서 일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서울 소재 직장인. 하지만 빠르면 40대 후반, 늦어도 50대에는 회사를 나가야 할 현실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승승장구하던 선배가 타의로 회사를 나가는 것을 보며 걱정이 커져간다. ‘회사 명함 없이도 지금과 같은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내 이름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점점 커져가는 사람. 그를 위한 책이다.


다음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건 단순한 설문조사로는 알 수 없다. “이런 걸 만들면 사시겠어요?”라는 질문에 “무조건 살게요”라고 대답한 사람도 막상 제품이 나오면 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대답은 공짜지만, 구매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고객의 니즈를 확인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구매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식이 크라우드 펀딩과 광고 테스트다. 크라우드 펀딩은 제품을 만들기 전에 수요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제품 이미지와 정보만 있으면, 생산 전에 고객의 반응을 볼 수 있다. 반응이 미미하다면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된다.


이미 제품을 만들었다면, 광고 테스트가 좋은 방법이다. 제품의 특장점을 하나씩 메시지로 분리해 광고를 집행해본다. 예를 들어 칫솔을 판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칫솔모가 3개월 가는 칫솔”

“잇몸에 자극이 없는 칫솔”

“이 사이 찌꺼기를 말끔히 제거하는 칫솔”


이처럼 다양한 메시지로 광고를 진행해보고, 어느 메시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반응하는지를 분석한다. 클릭률이 가장 높은 메시지가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이고, 그 지점을 후속 제품 개발에도 반영하면 된다.


이 외에도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책을 쓸 때 초고가 완성되면, 타깃 독자에게 미리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좋았던 점”, “이해되지 않았던 점” 등을 묻고,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고객의 피드백을 반드시 ‘그대로 반영’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독자가 지적한 부분은 무언가 걸린다는 의미니, 수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고칠지는 작가의 몫이다. 이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실제로 사용하는 집필 방식이기도 하다. 또한 피드백을 준 이들의 이름을 책에 실어, 책을 함께 만든 사람으로서의 ‘참여감’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결국, 고객 중심이란 깊이 고민할수록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개념이다.


내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기 위한 모든 행동

그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한 모든 행동


이 두 가지에 치열하지 않다면, ‘고객 중심’은 그저 흔한 구호에 멈추게 된다. 고객 중심이 구호가 아닌 구원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진지하게 실천해보자.


퇴사 후 뭐하지?

글쓰기, 전자책, 브랜딩까지

회사 없이도 ‘내 이름’으로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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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Nathan Duml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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