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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과 멋

by 캡선생

부산은 아쉬움이 없는 도시다.


시끌벅적한 번화가, 힙스터들의 아지트, 전통 맛집, 푸른 바다와 해변, 한적한 산과 숲, 유유자적할 수 있는 호텔과 리조트까지. 도시의 즐거움과 휴양지의 안락함을 모두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라 불러도, 휴양지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적어도 내게는.


이번 짧은 부산 방문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 서울과는 미묘하게 다른 바이브, 그러나 동시대의 최전선에 있는 듯한 감각.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두 공간을 소개해보려 한다. 이번주는 맛과 멋의 인사이트다.


1. 부산의 맛 - 자갈치횟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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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가면 무엇을 먹을까? 다양한 음식이 떠오르지만, 바다를 보면 결국 ‘회’가 먼저 생각날 수밖에 없다. 광안리, 해운대, 다대포 같은 유명 해변을 걷다 보면 수많은 횟집 간판에 고민하게 되고, 네이버 지도를 열어 리뷰와 평점을 논문 레퍼런스 보듯 뒤지게 된다. 그렇게 찾은 횟집이 맛있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부산 감성’ 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부산 사람들이 찾는 찐 맛집은 어디일까? 그건 늘 궁금한 질문이었다.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광안리 해변에서 도보 25분 거리, 수영역 근처에 있는 ‘자갈치횟집’. 이름만 보면 자갈치 시장 근처에 있을 것 같지만 아니다. 이곳은 부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그것도 ‘맛집에 진심인 토박이’가 추천한 곳이다. 한적한 동네임에도 늘 웨이팅이 있고, 자리에 앉으면 마치 서라운드 돌비 시스템처럼 사방에서 부산 사투리가 들려온다. 로컬이 찾는 맛집이 맞다는 확신이 든다.


대부분 ‘모듬회 세트’ 또는 ‘고급회 세트’를 시키는데, 후자는 몇 가지 메뉴가 더해진 구성이다. 많은 횟집들이 회가 부실하면 반찬(스끼다시)으로 승부하거나, 회에 집중하다 반찬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곳은 회도, 반찬도 모두 훌륭하다. 회는 신선하고(직원 분 말로는 하루 두 번 회가 들어온다고), 반찬도 구색 맞추기가 아닌 ‘전문점 퀄리티’다. 특히 튀김은 유명 이자카야 못지않다. 인원수에 맞게 세트를 주문하면, 단순히 배가 부르는 게 아닌 최고의 맛으로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2. 부산의 멋 -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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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있는 바(bar)는 대부분 조도가 낮다. 하지만 그 어둠의 정도는 보통 ‘은은한 어둠’ 정도다. 그런데 광안리 근처의 LP바 ‘백석’은 다르다. 이곳의 어둠은 ‘칠흑같다’는 표현이 딱 맞는다. 그 이유는 바로 LP바이기 때문이다.


왜 LP바는 어두워야 할까? 소극장 콘서트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무대 조명이 밝을수록 관객석은 어두워야 집중할 수 있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수백 장의 LP로 둘러싸인 턴테이블은 조명을 받으며 마치 무대 위 가수처럼 생생한 소리를 뿜어내고 있다 .


마실 것을 주문하면, 친절한 사장님이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묻는다. 단순히 신청곡을 트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좋아할 음악을 ‘맥락’으로 엮어서 들려준다. 나는 일본 재즈 힙합 뮤지션 ‘누자베스’를 말했다. 그러자 누자베스의 곡을 틀고, 이어서 그가 샘플링한 재즈 음반을 재생해줬다. 이런 큐레이션은 음악 플랫폼보다 훨씬 깊다. LP의 방대한 컬렉션, 그리고 사장님의 지식과 감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밤, 나는 술과 음악 그리고 부산에 취했다.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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