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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는 몇 수 앞을 내다 보는가?

by 캡선생

‘고수’라는 단어를 자주 써왔지만, 정작 그 의미를 깊이 들여다볼 기회는 없었다. 네이버 어학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이렇게 정의한다.


1) 바둑이나 장기 따위에서 수가 높음, 또는 그런 사람.

2) 어떤 분야나 집단에서 기술이나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


조훈현 9단은 이 두 정의 모두에 정확히 부합하는 인물이다. 나는 바둑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고수’는 일반적으로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사람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 다시 말해, 보통 사람은 눈앞의 한 수가 초래할 즉각적인 결과에만 주목하는 반면, 고수는 그 다음에 이어질 수많은 가능성과 흐름까지 계산에 넣는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바둑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뭄이 끝난 뒤 브라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비로 인해 커피콩 생산량이 늘고, 결국 커피 가격이 떨어지며, 이는 최대 바이어인 스타벅스의 이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련의 흐름을 읽고 투자하는 사람도 있다(<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참조). 이 둘의 차이가 ‘고수’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지점이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은 이처럼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사람의 사고방식과, 그 사고를 가능케 하는 태도와 관점을 담은 책이다. 물론, 특정 분야의 최고라고 해서 다른 영역에서도 마냥 믿고 따르는 것은 ‘도메인 지식’의 전이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분야를 막론하고 일정한 공통분모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경험과 통찰은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몇 가지 문장을 소개하며, 더 많은 이야기는 모임에서 나누면 좋겠다.


“생각은 행동이자 선택이다.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는 그 사람의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겼다고 우쭐해지면 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이기기 위해선 수천 번의 패배를 감내해야 하며, 일상의 경험으로 그것을 덤덤히 받아들여야 한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길 수 있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반전의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진심으로 이기고 싶다면, 이기는 사람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배워야 한다. 하나라도 더 질문하고, 그 사람의 아이디어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독과 고립은 모두 혼자 있는 상태이지만, 고독은 내면의 자아와 대화하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결코 고통스럽고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선 반드시 고독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어느 철학자는 ‘강자란, 보다 훌륭하게 고독을 견뎌낸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직서는 못 쓰고, 출근은 싫다면. 당신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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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Mayukh Karmak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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