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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감정으로 구매하고, 이성으로 합리화를 합니다

by 캡선생

경제학은 크게 고전경제학과 행동경제학으로 나눌 수 있다.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고전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경제를 설명한다. 반면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합리화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고전경제학이 ‘책상 위의 엄밀한 논리’라면, 행동경제학은 ‘길거리 위의 생생한 직감’에 가깝다.


오늘날에는 행동경제학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고전경제학 없이는 행동경제학도 존재할 수 없었다. 행동경제학은 고전경제학이라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일종의 반항아인 셈이다. 부모의 세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현실의 인간 행동을 더 치밀하게 파헤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반항아를 논하면서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빼놓을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대중적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만 대중서이지만 분량과 논리의 엄밀성 탓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은 아쉽다.


이 책의 원제는 <Thinking, Fast and Slow>다. 나는 이 제목이 책이 전하려는 핵심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번역본 제목인 <생각에 관한 생각>이 관념적인 느낌이라면, 원제는 이 책에서 독자가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인지적 통찰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의 사고 체계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빠르게 작동하는 시스템 1과 느리게 작동하는 시스템 2다. 시스템 1은 즉각적이고 자동적이며, 때론 본능적이다. 관성적 사고, 직관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시스템 2는 의식적이고 논리적이며, 숙고가 필요한 사고 방식이다. 우리는 이 두 시스템 중 어떤 것을 더 자주 사용할까? 시스템 1이다. 뇌는 몸무게의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에너지 소비는 전체의 20%에 이른다. 즉, 기본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은 기관인 만큼, 가능한 시스템 1을 통해 효율적으로 사고하려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원래 시스템 2로 다뤄야 할 문제를 시스템 1으로 처리하면서, 비논리적이거나 비합리적, 때로는 자기파괴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생긴다. 나는 이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 책이 말하는 건 시스템 2를 더 자주 사용하자는 걸까? 그렇다면 행동경제학이 노벨경제학상을 받고, 오늘날처럼 큰 영향력을 가지는 학문으로 발전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이 책이 밝혀낸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인간은 애초에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점이다.


이 점을 이해하면 자기계발, 인간관계, 심지어 사업까지도 훨씬 더 잘 풀어갈 수 있다. 결국 우리 모두는 합리적인 인간이 아니라 합리화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행동경제학에서 영향을 받아, 내가 브랜드 컨설팅을 할 때 자주 하는 말을 남기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소비자는 감정으로 구매하고, 이성으로 합리화를 합니다.”


삼성물산 출신 저자의 퇴사 후 생존기, 책쓰기부터 브랜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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