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담이 넘쳐나는 시대다. 물론 어느 시대나 그랬겠지만, 생존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것도 ‘성공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포장해야 하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일까, 실패는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카이스트에는 ‘실패연구소’라는 독특한 기관이 있다. 연구소장에 따르면, 학생들의 실패담을 듣는 일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실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카이스트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실패담은 성공의 알리바이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 이 시대는 여전히 실패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담은 값지다. 찰리 멍거의 말처럼, 대부분의 성공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그런 맥락에서 박소령의 <실패를 통과하는 일>은 지금 이 시대가 꼭 들어야 할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제목을 보는 순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더 나아가,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을 안고 책장을 펼쳤다.
책은 실시간의 박소령과 시차를 둔 박소령, 다시 말해 ‘인지적’ 박소령과 ‘메타인지적’ 박소령의 시선으로 나뉘어 서술된다. 책 속 표현을 빌리자면, 무도회장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춤을 추는 박소령과, 그 무도회를 한발자국 떨어져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박소령이다. 이 책의 구성은 단순한 형식적 구분을 넘어, 메시지의 전달력을 높이는 ‘신의 한 수’처럼 느껴졌다.
실패담을 생생하게 그리면 자칫 자기 연민이나 과도한 드라마로 흐르기 쉽고, 반대로 지나치게 멀리서 관조하면 성공담과 다르지 않은 평면적인 서술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두 시선을 균형 있게 배치함으로써, 사업을 하는 사람, 특히 ‘대표’라는 무게를 짊어진 이의 내면을 절절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실패 이후 얻은 통찰을 명확하게 정리해주는 책으로 완성되었다. 전자는 에세이로, 후자는 일종의 경영서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은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라도 독자에게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위기의식만 자극하고 실질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면 두려움만 남긴다. 이 책은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췄다. 그래서 사업을 하는 사람은 물론,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에게도 크나큰 자극이자 방향타가 되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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