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새롭게 드러난 돈의 정체!

by 캡선생

*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특정 종목·상품을 추천하지 않으며, 개인의 투자 성향과 상황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연일 상승하면서 어디를 가더라도 주식 이야기가 들린다. 카페에 가면 들리는 이야기를 MSG 10g 정도 쳐서 요약하면 ‘주식’ 혹은 ‘AI’다. 그리고 이 둘을 한 글자로 묶어보면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주식으로 돈 번 이야기, AI로 딸깍해서 돈 번 이야기처럼. 불황이라 하는데 요새처럼 돈 벌기 쉽게 느껴지는 때도 없다. 그래서 오늘은 돈에 대한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볼까 한다.


# 돈의 근원

돈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대다수에게 익숙한 설명은 ‘교환’에 있다. 쉽게 말해 쌀을 갖고 있는 사람이 두부를 필요로 해도, 두부를 갖고 있는 사람이 쌀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돈’이라는 매개체로 물물교환의 번거로움을 해결했다는 이야기다. 이 설명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실제 역사에서 ‘순수한 물물교환 경제’가 먼저 존재했고 거기서 돈이 나왔다는 사례는 인류학 쪽에서 관찰/기록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강하다.


오히려 초기 기록을 보면, 동전 같은 현금보다 장부에 기록되는 신용과 채무, 그리고 그것을 계산하기 위한 ‘계산 단위’가 먼저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보리나 은처럼 ‘가치 기준’이 계정 단위로 쓰였다는 연구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또 다른 축에서는 국가가 세금을 걷고 질서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특정 지불 수단을 제도화하면서 화폐가 확산되었다는 설명도 있다. 특히 국가가 세금 납부 수단으로 무엇을 받아주느냐가 화폐의 통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국가화폐론에서 중요한 주장이다.


결국 돈의 기원을 하나로 못 박긴 어렵다. 다만 사회가 필요로 한 기능들, 예컨대 가치의 기준을 세우고(측정), 관계를 기록하고(저장), 교환을 매끄럽게 만드는(교환) 요구가 겹치면서, 화폐가 점점 제도화되어 왔다고 보는 편이 안전하겠다.


# 돈과 화폐의 차이

그렇다면 돈과 화폐는 어떤 차이일까? 같은 것 같으면서도 뭔가 다른 것 같다. 하지만 그 차이를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나도 그렇고 아마 대부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이번 기회에 다시 찾아보니 대략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다.


돈(Money)은 기능 중심 개념이고, 화폐(Currency)는 제도/형태 중심 개념이다. 돈이라는 큰 범주에 화폐가 들어간다고 생각해도 좋다. 다시 말해 돈은 사회에서 널리 받아들여져 ‘교환의 매개’가 되고, 가격을 표시하는 ‘가치의 단위’가 되며, 어느 정도 ‘가치를 저장’할 수 있다. 그래서 돈은 동전이나 지폐처럼 손에 잡히는 것만을 뜻하지 않고 장부에 숫자로 기록된 것도 돈이다. 반면 화폐는 한 나라나 제도가 ‘공식적으로 쓰는 돈’을 가리키거나 ‘지폐와 동전’처럼 발행 주체가 정한 액면가를 가진 현금을 뜻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국가가 인정하고 통용을 보장하는 형태의 돈’이다.


지금까지 말한 바를 정리하면 돈은 ‘개념’이고, 화폐는 ‘구체적인 형태’라고도 볼 수 있다. 이어서 알아볼 돈의 형태를 통해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될 것이다.


# 돈의 형태

학창시절에 돈의 형태 중 하나로 ‘조개’가 있다는 걸 배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쉽게 무한정 구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희소하지도 않으며, 모양이 비교적 균일한 물질이 화폐처럼 쓰일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실제로 카우리 조개 같은 조개껍데기는 여러 지역에서 오랫동안 돈처럼 쓰였고, 영국 식민 통치 아래의 우간다에서도 20세기 초까지 벌금이나 세금이 조개로 부과/납부되던 흔적이 남아 있다.

카우리 조개. 챗GPT 생성


이 밖에도 금, 은, 구리 같은 금속은 전형적인 돈의 형태다. 일상 거래에서는 금보다 은이 더 실용적인 경우가 많았고, 시대와 지역에 따라 금속의 ‘위계’가 달라지기도 했다. 그리고 소금과 ‘봉급(salary)’의 연결처럼, 특정 물질이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가가 언어와 제도에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영어에는 가축이 곧 재산이던 시대를 반영한 fee(가축/재산)나, 라틴어 pecus(가축)에서 이어진 pecuniary(금전적) 같은 단어가 남아 있다.


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장부에만 기록되는 가상의 돈도 있었다. 또 얍 섬의 돌로 만들어진 돈(rai)처럼, 움직이기 힘든 거대한 돌을 거래할 때마다 옮기는 대신 ‘이 돌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공동체가 기억하고 합의하는 방식도 있었다. 심지어 운반 중 바다에 가라앉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돌도, 공동체가 “그 돌은 바다 밑에 있고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소유권이 계속 거래되었다는 설명까지 있다. 다시 말해 돈은 ‘물질’이라기보다 ‘개념’에 가깝다. 다수가 그것을 돈으로 인정하고, 그 인정이 교환과 정산의 기준으로 작동하면 돈이 된다.

얍섬의 라이. 챗GPT 생성


달러는 그걸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달러는 금 1트로이온스당 35달러로 고정되었고, 다른 통화가 달러에 연결되는 구조의 중심에 섰다. 다만 이 “금으로 바꿔준다”는 약속은 개인이 아니라 외국 정부/중앙은행 등을 대상으로 한 금 태환 체계였다. 그러다 1971년 8월 15일, 미국은 달러의 금 태환을 정지했다. 흔히 ‘닉슨 쇼크’라고 부르는 전환점이다.


이후 달러의 힘은 “금 영수증”이라서라기보다,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고 결제되는 국제 거래 관행, 미국 금융시장의 영향력, 그리고 안보/외교/금융이 얽힌 구조 속에서 강화되어 왔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 석유 거래에서도 달러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관행이 금을 떠난 달러의 힘을 떠받쳐왔다.


달러 뒷면의 “In God We Trust(우리는 신을 신뢰한다)”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이 문구가 미국의 공식 모토가 되고 전 화폐에 본격 적용된 건 1950년대 이후지만, 결국 돈이란 ‘신뢰’가 무너지면 종이(혹은 숫자)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출처: 위키피디아

최근에는 국제 질서가 흔들리면서 달러의 ‘정착지’도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다. 한때 달러는 금과 연결되어 신뢰를 얻었고, 금 태환이 끊긴 뒤에는 석유 거래의 중심 통화로 자리 잡으며 힘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석유 거래에서도 달러 외 결제 논의가 커지면서, 달러는 다시 새로운 정착지를 찾는 중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후보 중 하나로 스테이블코인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 AI 시대의 돈

개발도상국 담당자와 오프라인으로 거래를 하거나, 제조업을 운영하면서 개발도상국 인력을 채용해본 분들은 스테이블코인이 일반 대중보다 익숙할 수 있다. 특히 자국 통화의 신뢰가 낮거나 금융 인프라가 약한 곳에서는 정부가 보증하는 자국 통화보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 계좌 없이도 쓰기 쉽고, 국경을 넘는 송금이 빠르다는 이유로 선택되는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결국 담보물이다. 특히 써클(Circle)이 발행하는 USDC는 “100%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담보로 하고, 준비금의 상당 부분이 단기 미 국채 등 현금성 자산으로 운용된다고 공개한다. 그리고 이 준비금 구성은 ‘투명성’이 핵심이기에, 그 구조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달러가 한때 금으로 바꿔준다는 약속을 기반으로 신뢰를 얻었듯이, 스테이블코인은 “언제든 달러로 1:1로 바꿔줄 수 있다”는 담보 구조로 신뢰를 만든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다만 차이도 분명하다. 금 태환 달러는 ‘국가’의 약속이었고,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발행사+규제+감사/공시’의 조합 위에 서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정착지로 생각할까? 단순하게 말하면 미국채(특히 단기물) 수요 창출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커질수록 준비금으로 단기 국채를 담아야 하고, 그만큼 단기 국채를 사는 수요도 늘어난다.


중국이 번 돈으로 미국채를 사주던 시기에는 구조가 비교적 매끈하게 굴러갔다. 하지만 중국의 자산 보유 전략이 예전과 달라졌고, 미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국채 수요처를 넓혀야 하는 압력이 생겼다. 중국은 상품을 팔고, 미국은 달러를 팔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그때 미국의 눈에 들어온 중국의 대체 후보 중 하나가 스테이블코인이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지만, 글로벌 크립토 시장에서는 여전히 스테이블코인이 ‘기본 통화’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다. 마치 카지노에 가서 도박을 하려면 돈을 칩으로 바꾸는 것처럼, 달러(또는 현지 통화)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꾼 뒤 거래를 시작하는 흐름이 흔하다. 그렇기에 크립토 시장이 커질수록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도 커진다. 이는 미국 달러에게 또다른 기회일 수밖에 없다.


스테이블코인 회사 입장에서도 신뢰가 필요하고,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국채의 수요처가 필요하다. 이 둘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스테이블코인은 결과적으로 미국 단기국채의 새로운 ‘VIP 고객’이 되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스테이블코인의 강력한 지지자로 떠오르는 존재가 있다. 바로 AI다. 정확히 말하면 커머스 에이전트다. 사람들이 생성형 AI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문서를 만드는 걸 넘어 “구매”까지 하게 되면, 그 구매를 대신 실행하는 ‘대리자’가 필요해진다. 그리고 대리자, 즉 커머스 에이전트가 결제를 하려면, 결제 자체가 자동화되기 쉬운 형태여야 한다. 기존 금융 시스템이 앞으로도 진화하겠지만, 현 시점에서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이라는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적합한 후보다.


정리하면 이렇다. 제삼자(정부나 금융기관 포함)를 믿지 못하거나 그들에게 비용을 내고 싶지 않은 개인. 금을 떠난 뒤 석유에 정착했지만 또다른 정착지를 찾아 헤매는 달러. 여기에 AI 커머스 에이전트라는 흐름까지 겹치면서, 모든 시선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모이고 있다.


AI 시대, 앞으로 돈은 어떻게 될까?


트레바리 매진 독서모임이 먼저 고른 AI 책. AI가 ‘당신의 브랜드’를 추천하게 만드세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9212630


keyword
이전 18화AI로 돈을 버는 개인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