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투자 없이 연 매출 1천억을 달성한 기업의 비법

by 캡선생

사무실 없이 자본금 500만 원으로 시작해 연 매출 1천억 원을 넘어선 기업이 있다. LG전자나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이 강력하게 자리 잡아 “중소기업이 넘보기 힘들다”고 여겨졌던 가전 시장에서 초고속 성장을 이룬 기업이다. 1인 가가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브랜드, 바로 앳홈이다.


앳홈은 초기에는 외부 투자 없이 성장했고, 연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한 이후에는 첫 투자 유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건 “돈을 안 받았다/받았다”가 아니라, 작은 조직이 대기업 판에서 어떻게 규칙을 비틀어 매출을 만들었느냐다.


아는 대표님 덕분에 앳홈 대표 강의를 보게 되었는데, 성공 법칙은 꽤 명확했다. 아예 몰랐던 내용이라기보다는, 너무 잘 알아서 오히려 종종 잊는 5가지였다. 이번 기회에 인사이트 토크로 다시 한 번 정리해본다.


1. 겁쟁이 진입 전략

앳홈 대표는 “대기업이 구조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제품군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소형 건조기 같은 카테고리에서, 대기업은 내부 프로세스와 원가 구조 때문에 소비자가 지불 가능한 가격대의 ‘소형’ 제품을 만들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시장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으로 가득하지만, 정작 그들이 ‘선뜻 못 들어오는 아이템’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 전략은 사실 새롭지는 않다.《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에서도 여러 번 말했지만, 시장을 쪼개고 또 쪼개면 대기업이 접근하기 애매해지는 영역이 나온다. 투자 대비 파이가 크진 않지만, 놓치기는 아쉬운 땅이다. 대기업에게는 계륵 같은 시장이다.


커피 산업에도 이러한 시장이 있다. 칼국수나 설렁탕을 파는 식당 출구 쪽에 흔히 보이는 소형 자판기 커피 시장이 딱 그렇다. 이런 시장은 대기업이 들어오기 애매한 크기라는 특성이 있다보니, 동구전자라는 강소 기업이 이 시장의 7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여러분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티타임'이라는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할 때는 다들 원대한 꿈을 꾼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려면 땅따먹기처럼 내가 확실히 차지할 수 있는 작은 땅부터 차지하는 게 맞다. 거대 자본이 들어오기엔 애매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기업에게는 풍요로운 땅. 그렇게 하나하나 넓혀 나가는 것이다. 앳홈은 이걸 매우 잘했다.


2. 솔루션 제품 전략

‘돈을 쫓으면 돈을 벌 수 없다’는 말이 많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돈을 아예 생각하지 않는 장인들이 돈을 못 버는 경우는 흔하게 볼 수 있다. 반대로 돈만 쫓아도 돈이 잘 안 보인다. 돈을 지불하는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앳홈 대표는 이를 위해 제품을 ‘솔루션’으로 정의했다. 새로 내놓는 제품이 기존 시장의 제품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때만 출시한다는 원칙이다. 그 문제가 기능이든, 가격이든, 디자인이든 상관없다. 다만 “이건 솔루션이다”라는 기준이 흔들리면 출시하지 않는다.


이 점이 정말 중요하다. 1번과 연결해서 말하면, 스몰 브랜드가 성공하는 방식은 결국 “한 사람의 한 가지 문제를 가장 만족스럽게 해결하는 것”이다. 단순히 시장에 없다고 만든 제품, 혹은 자기 만족으로 만든 제품은 대운을 맞지 않는 이상 성공하기 힘들다.


3. 고관여 마케팅 전략

고관여 제품은 고객이 다양한 이유로 오래 고민하고 사는 제품이다. 대표적으로는 고가의 가전이 있고, 가격이 저렴해도 아이가 쓰는 제품처럼 ‘실패하면 곤란한’ 제품도 그렇다. 이런 제품은 일반적인 ‘강렬한 한 방 광고’만으로는 설득이 잘 안 된다. 충동구매가 아니라 “납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앳홈은 고관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자체 설득 모델을 강조했다. 고설득 콘텐츠, 커뮤니티, 팬덤, 신뢰, 진정성 같은 키워드로 묶였는데, 내가 보기엔 핵심은 결국 신뢰다. 자극적인 단발성 콘텐츠가 아니라, 차차 스며드는 콘텐츠로 신뢰를 쌓고, 신뢰가 쌓이면 지지로 이어지고, 그 지지가 팬덤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커뮤니티가 생긴다.


그럼 핵심은 뭘까. 간단하다. 사람은 무엇을 보고 신뢰하느냐는 질문이다. 사람은 대체로 무명보다 유명, 생산자보다 소비자 후기, 소수보다 다수의 선택, 한 번 본 것보다 여러 번 본 것을 더 신뢰한다. 이런 신뢰의 버튼들을 촘촘하게 설계해 반복적으로 밟게 만들면, 고관여 제품도 결국 팔린다. 아마 앳홈은 이걸 집요하게 했을 것이다.


4.초격차 디자인 전략

앳홈 대표는 “미래 기업 경쟁력은 소프트파워(디자인)에 있다”는 이건희 회장의 메시지에서 차별화의 실마리를 봤다고 말한다. 기술로 가능한 걸 만든 다음 디자인을 얹는 방식이 아니라, 디자인을 먼저 정의하고 기술을 그에 맞게 끌고 가는 방식에서 말이다. 그래서 기업에서 이례적으로 세 번째 C레벨에 디자인 책임을 두는 선택을 했다고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다만 디자인을 ‘예쁘게 만드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꼬인다. 예쁨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 핵심은 디자인이 고객 경험이라는 점이다. 보이는 것을 통해 행동을 유도하고, 경험이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흐르게 만드는 것이다. 디자이너 눈에 아무리 예뻐도 뜨거운 물/차가운 물이 직관적으로 구분되지 않는 수도꼭지는 상업적으로는 치명적이다. 예술적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사용성은 무너진다.


내가 진행하는 독서모임에서 브랜드디자인 교수님이 이런 말을 했다.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아트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 말이 핵심이라 생각한다.


5. 광속도 전략

앳홈은 미닉스 더 플렌더는 출시 6개월 만에 시장 1위를 달성했고, 톰 더 글로우는 출시 3개월 만에 시장 2위를 달성했다. 이 모든 것이 대표의 ‘광속도 전략’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상대하는 스타트업이 가진 압도적인 우위는 결국 ‘속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일해본 분들은 다 알 것이다. 새로운 것 하나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컨펌을 받아야 하고, 얼마나 많은 유관부서의 협조를 얻어내야 하는지를 말이다. 대기업이 이걸 고치기 힘든 이유도 명확하다.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많으니 ‘위기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고, 책임 소재도 따져야 한다. 그러니 빠르게 움직이기 어렵다.


스몰 브랜드는 여기서 파고들 틈이 생긴다. 잃을 것보다 얻을 게 많고, 소수의 조직원은 빠른 속도에 익숙하다. 그래서 속도는 작은 조직이 대기업을 상대할 때 가장 현실적인 무기가 된다.


지금까지 정리한 다섯 가지 전략은 솔직히 새롭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기업이 말하는 성공 방정식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같은 경영서가 말하는 전략도 결국 비슷한 결론으로 수렴한다. 우리가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승자는 “누가 그걸 더 꾸준히, 더 집요하게 실행하고, 더 빨리 개선하느냐”로 판가름 난다. 앳홈은 그걸 잘했고, 앞으로도 그걸 계속 잘하면 그들이 말하는 ‘1조의 회사’에 가까워질 것이다. 앳홈의 3년 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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