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AI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도 AI를 말하고, 직장인은 회의에서 AI를 말하고, 사업가들은 AI로 혁신을 말하고, 학생들도 AI 교육을 받고 AI를 말한다. 1990년대 말 닷컴버블 시절에 회사 이름에 .com만 붙어도 주가가 들썩였듯, 요즘은 어떤 일이든 ‘AI’라는 단어가 붙으면 관심이 더 쏠리는 느낌이다.
인프라 쪽은 이러한 경향이 더 뚜렷하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AI 수요를 타고 실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뉴스가 반복된다. AI 관련 스타트업이나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이익은 제각각이지만, 매출 성장만 보면 확실히 ‘성장 산업’의 얼굴을 하고 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AI를 도입해 업무 속도를 높이고, 반복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을 줄이며, 결과적으로 비용 구조를 다듬고 이익률을 끌어올리려 한다. 그렇다면 개인은 어떨까?
너도나도 AI를 배우고, AI 툴을 쓰고, ‘AI 시대’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체감상, AI로 뚜렷한 성과를 내는 개인은 아직 많지 않다. 물론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AI 강의를 하는 사람들은 대중의 관심을 수익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AI로 앱을 만들겠다, 음악을 만들겠다, 콘텐츠를 자동화하겠다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건 진짜 판이 바뀌었네” 싶은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는 생각보다 드물다.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한 단어로 ‘마케팅’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술이 ‘고객 가치’로 번역되지 않아서다. 만드는 사람은 많아졌는데, 사고 싶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은 여전히 적다. 그래서 오늘은 이 지점, 그러니까 “AI로 뭔가를 만들었는데 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가”를 마케팅 관점에서 한번 이야기해보려 한다.
상당수의 사람이 마케팅을 '광고'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돈을 써서 고객을 유입시키는 일을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로는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마케팅을 너무 협소하게 보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고객 가치를 탐구하고, 창출하고, 전달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광고는 이 중에서 전달하는 활동 중 일부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이 AI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지만 팔리지 않는 이유는 광고를 안 해서가 아니라 마케팅 전체 과정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다.
이를테면 요새 AI로 사주어플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사주에 관심이 있으니 만들어본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주 어플은 팔리지 않는다. 왜? ‘사주’라는 관심사만 보고 들어가서, 정작 고객이 돈을 내는 문제를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고객 가치를 제대로 탐구하지 않은 것이다.
사주가 필요한 사람은 단순히 “사주 결과”가 필요한 게 아니다. 연애가 불안한 순간, 이직을 고민하는 순간, 관계가 꼬인 순간처럼 ‘결정을 못 내리는 상황’에서 확신과 위로를 원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앱은 그 순간을 겨냥하지 않고 “사주를 보여주는 기능”만 만든다. 기능은 있어도 구매 이유가 약한 구조가 된다.
다음으로 고객 가치 창출의 문제다. 고객 가치 탐구 이후에 AI로 제품을 만든다고 고객가치를 창출했다고 말할 수 없다. 탐구가 “무슨 문제를 고를지”라면, 창출은 “그 문제를 어떤 경험으로 해결할지”다. 같은 문제를 다룬다 해도, 해결 방식이 평범하면 소비자는 굳이 새 제품으로 옮길 이유가 없다.
소비자는 그것을 사람이 만들었건 AI가 만들었건 크게 관심이 없다. 그저 나에게 편리한지,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지, 그리고 기존보다 ‘더 낫다’고 느껴지는지만 본다. 예를 들어 사주 앱이라면 단순 리딩이 아니라, 내 상황을 입력하면 선택지별 리스크를 비교해주거나, 일정 기간 내 결정까지 도와주는 구조처럼 체감되는 차이(속도/정확도/개인화/후속 행동)가 있어야 “가치가 창출됐다”고 말할 수 있다. 기존 상품과 차별점이 없다면 AI로 만들든 AI 할아버지로 만들든 큰 의미가 없다.
마지막은 고객 가치 전달의 문제다. 고객이 원하지만 기존의 시장이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치자. 그런데 그것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단순명료한 메시지로 만들지 못하면 말짱꽝이다.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가 흔히 하는 실수가 '생산자의 용어'를 쓴다는 점이다. 2000년대생은 역사 속 이야기로 들었던 MP3플레이어가 그랬다. 각 회사들이 앞다투어 본인 제품의 많은 저장능력을 256MB, 1GB, 2GB 등으로 생산자의 언어로 뽐낼 때 스티브 잡스는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1000곡의 노래'라는 소비자 언어로 이야기를 했다. 마케팅을 제대로 이해한 스티브 잡스의 아이팟이 가장 잘 팔릴 수밖에 없었다.
결론은 단순하다. AI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고객 가치를 탐구하고(무슨 문제를), 창출하고(다르게), 전달하는(한 문장의 소비자 언어로) 사람은 여전히 적다. 그래서 개인이 AI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건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케팅이 부족해서"다.
그리고 이건 국내만의 얘기가 아니다. 해외에서 실제로 돈을 버는 개인들을 보면, 공통점이 꽤 뚜렷하다. AI를 ‘제품 만드는 도구’로만 보지 않고, ‘팔리는 구조를 빠르게 실행하는 도구’로 쓴다. 다시 말해 마케팅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들이 AI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아래 두 사례가 그걸 잘 보여준다.
Unscheduled CEO Podcast의 진행자 조나단 코트니는 AI로 제품을 만드는 것과, 그걸로 실제 돈을 버는 것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간극을 메우는 구조로 4단계 ‘판매 촉진 설계도(Promoter Blueprint)’를 제시한다. 방문자 유입(traffic) → 리드(구독) 확보 구간(holding pattern) → 판매 이벤트(selling event) → 전환(conversion).
핵심은 “AI로 자동화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팔리는 흐름을 먼저 만들고 AI(클로드/클로드 코드)는 각 단계의 실행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쓰는 것이다. 자동화 최적화에 시간을 쓰느라 정작 홍보를 못 하는 창업가에게, 이 사례는 꽤 강한 경고장이다. 만드는 시간만큼 알리는데 시간을 쓰지 않으면, AI는 생산성 도구로 끝난다.
수라야 시브지의 사례는 방향이 조금 다르다. 이제 기능 구현은 누구나 AI로 쉽게 한다. 그래서 승부는 기능이 아니라 ‘사고 싶게 만드는 경험’, 즉 브랜딩과 디자인에서 난다고 말한다.
같은 기능이라도 사용자가 느끼는 감정, 화면의 톤, 메시지의 언어가 정리되지 않으면 결과물은 금방 “AI로 급조한 앱”처럼 보인다. 반대로 포지셔닝(어떤 감정/상황을 파는지)을 먼저 잡고, 그걸 디자인/카피/온보딩까지 일관되게 전달하면, AI는 단순 제작 도구가 아니라 구매 욕구를 증폭시키는 증폭기가 된다.
결국 두 사례가 같은 말을 한다. AI는 ‘답’이 아니라 ‘가속기’다. 마케팅 구조(탐구-창출-전달, 그리고 유입-유지-전환)가 있으면 AI는 성과를 폭발시킨다. 그런데 구조가 없으면, AI는 더 빠르게 “안 팔리는 것”을 만들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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