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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an 30. 2023

매력적인 사람은 낄끼빠빠


매력적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를 잘한다.


사람마다 끌리는 유형이 다양하듯 매력적인 사람을 단 한 가지 유형으로 말할 수야 없겠지만, 나의 경험상 어떠한 모임이 '낄끼빠빠'를 잘하는 사람이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낄끼빠빠를 잘한다는 것은 분위기를 읽는 눈치, 타이밍을 재는 정확성, 그리고 과감하게 들어가는 결단력과 나올 때를 넘기지 않는 절제력 등 다양한 능력을 요한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것을 '낄끼'와 '빠빠'로 나누어서 생각해 보자.


먼저 낄끼를 잘하려면 분위기를 읽고 내가 들어가면 좋을지 아닐지를 판단하는 '타이밍'그리고 지체 없이 행하는 '결단력'이 중요하다. 이를 다른 말로 '카이로스(kairos)'를 읽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Wikipedia.org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에서 카이로스는 '적절한/중대한/기회의 순간'을 의미했다. 즉 우리에게 익숙한 정량적인 시간개념인 크로노스(chronos)에 '의미'가 부여된 시간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잘 곱씹어 보면 카이로스는 '타이밍'이라는 개념에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내가 행동을 시작하고 멈춰야 하는 타이밍 모두 이 '카이로스'로 설명이 되는 것이다.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카이로스의 모습이다. 그를 만나는 순간에는 잡을 수 있지만 떠나면 잡을 수 없다. 그에게는 앞머리만 있고 뒷머리는 없기 때문이다.


카이로스. 사진 출처: https://allmythology.com/cronus-and-caerus-personifications-of-time/


낄끼를 잘한다고 끝이 아니다. 이보다 어려운 관문인 빠빠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낄끼가 성공적일수록 빠빠는 역설적으로 더 어려워진다. 모임에 빗대어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내 얘기에 더 귀 기울이고 더 좋은 반응을 보내올수록, 그 분위기에 더 도취된다. 그로 인해 강력한 약에 취한 사람처럼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해 빠빠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네 글자로 말하자면 '자아도취'라고 할 수 있다. 모임에서 이러한 경우를 무수히도 많이 보았다. 재치 있는 언변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참여자는 과도하게 말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모임장이 대놓고 눈치를 주어도 본인의 말을 끊지 못한다. '낄끼'는 했으나 '빠빠'를 못해서 어느 순간 사람들에게 '빠빠이'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개그맨 이경규 씨는 "박수 칠 때 왜 떠나냐? 한 사람도 박수를 안 칠 때까지 활동하겠다"는 수상소감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엎는 참신한 소신발언이라 더더욱 많은 지지를 받 것 같다. 물론 이 말 또한 귀담아들을만하다. 다만 박수는 순식간에 내 뺨을 후드려치는 싸대기가 될 수 있음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역사를 봤을 때 많은 사람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다가 한 순간에 몰락한 비극적 인물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는가? 빠빠를 못하면 생기는 비극만으로 역사를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다.

 

<맹자>에도 '낄끼빠빠'를 나타내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궁즉독선기신 통(달)즉겸선천하(窮則獨善其身 通(達)則兼善天下)", 쉽게 말해 잘 안 풀릴 때는 스스로를 위해 힘을 쓰고, 잘 풀릴 때는 천하를 위해 힘을 쓰라는 뜻이다. 무턱대고 세상에 나가 본인의 꿈을 펼치기보다는, 지금이 '궁'한 때인지 '통'하는 때인지를 판단하고 그에 맞춰서 낄끼빠빠 하라는 뜻이다.


그래서 인생은 '낄끼빠빠'에 달려있다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이 작은 모임이 되었건 인생전체의 드라마 되었건 내가 낄 때와 빠질 때가 언제인지 제대로 판단하고, 그에 맞추어 용감하게 때로는 절제력을 갖고 행동을 해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 낄끼빠빠를 잘하는 사람이 매력적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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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CARTER SAUN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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