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Oct 07. 2022

손석구의 갭에 치인다


한 모임에서 다수의 여성분들이 "손석구의 갭에 치인다"라는 말을 했다.


'갭에 치인다'는 말을 풀어서 이야기하면 <범죄도시 2>와 같은 영화에서 보이는 사악한 악당의 모습과, 팬사인회나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유머러스하고 장난기 있는 모습의 간극에서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범죄도시2>의 손석구.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멍뭉미'를 뽐내는 손석구. 사진 출처: 인사이트


예전에는 '반전 매력'으로 불리곤 했던 이러한 차이에서 오는 매력은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연약해 보이는 연예인이 알고 보니 무술 유단자라든지, 노는 것만 좋아할 것 같은 사람이 사실은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 라든지와 같이 말이다. 다만 손석구의 갭(?)에서 내가 주목한 점은 조금 다른 것이었다. 험상궂게 생겼거나 그러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부드럽고 다정한 모습을 보일 때 사람들이 느끼는 매력은 단순한 반전 매력을 넘어서는 그 무언가가 있다. 나는 그 단서를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에서 찾았다.


니체의 철학에 기반하면 선(善)을 '타인을 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해할 수 있음에도 해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개미는 호랑이에게 선한 존재가 될 수 없지만, 호랑이는 개미에게 선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선함은 이처럼 악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택권으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손석구의 매력이라 말하는 은 단순한 반전 매력을 넘은 '니체적 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이야기도 달리 볼 수 있다. 해와 바람 이야기로 알려진 <북풍과 태양>을 다시 보자.


<북풍과 태양>

어느 날 거리를 지나가는 나그네의 상의를 벗길 수 있을 지를 놓고 북풍과 태양이 힘겨루기 승부를 벌였다.

가장 먼저 북풍이 바람을 힘껏 불면서 상의를 벗기려고 했다. 그렇지만 추위를 싫어했던 나그네가 자신이 입고 있던 상의를 눌렀기 때문에 북풍은 나그네의 옷을 벗기지 못했다.

그 다음에는 태양이 햇빛을 쨍쨍 내리쬐었다. 그러자 나그네는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입고 있던 상의를 벗게 된다. 이렇게 해서 태양이 힘겨루기에서 승리하게 된다.

- https://ko.wikipedia.org/wiki/%EB%B6%81%ED%92%8D%EA%B3%BC_%ED%83%9C%EC%96%91 중 -


초등학교 때 배운 이 이야기의 교훈은 '강압적인 것보다 온화한 것이 더 강하고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었다.(이 말을 했던 선생님은 온화하기보다는 강압적이었다는 게 함정이긴 했지만)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태양은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전인류를 없앨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유럽에서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올해만 해도 2,000명을 넘는 걸 봐도 태양이 그저 온화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마음만 먹으면 북풍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해를 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것이 태양이다. 그런 태양이 나그네를 해하지 않고 따뜻함으로 설득한 것은 니체적 선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이자 철학자인 볼테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술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악마를 품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악마를 품고 있어야 한다(have the devil in you)"를 타인을 해할 수 있는 힘은 갖되 그것을 억누를 수 있는 힘 또한 갖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손석구라는 캐릭터와 <북풍과 태양>의 태양처럼.



P.S. 볼테르가 의미한 바는 내 해석과는 다른 것으로 알고 있으나 탈구축적 해석을 해보았다. 뇌피셜이라는 얘기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Matteo Vistocco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옳고 그름 그리고 좋고 싫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