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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l 22. 2022

인생 역전의 시작점은 '이것'


첫 번째 장면: 아마도 10년 전 평일 오후


대기업에서 일을 하는 것의 장점 중 하나는 일(work)적으로 다양한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타이틀이 있기 때문에 원한다면 누구라도 쉽게 만날 수 있고, 또한 많은 사람이 같이 일을 해보자고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한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사람들은 이것에 익숙해지고 일도 바빠지다 보니 상당수의 제안을 보지도 않고 거절하곤 했는데, 나는 당시 사회초년생이었기 때문에 제안이 오면 대부분 직접 만나고 판단하려는 열정이 있었다. 심지어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대학생들이 조언을 구하면 개인 시간을 따로 빼서 직접 만나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그중 한 명은 나중에 나의 클라이언트가 되어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이 왔다.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다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브랜드의 대표였다. 그러나 일단 만나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미팅 장소에 나가보니 나보다 어려 보이는 두 청년이 앉아 있었다. 짧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대표는 본인 회사 소개에 이어 '왜 당신이 이 컬래버레이션을 해야 하는지'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잘 몰랐을 뿐이지 해당 브랜드는 20대 사이에서는 꽤나 인기 있는 메신저 앱이었다. 다만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와 시너지가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당시 그 대표의 제안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미팅 후반부에 너무나도 인상적인 혹은 충격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가 절망감과 분노 그 사이 어딘가의 감정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나의 뜨뜻미지근한 반응 때문이었는지 혹은 내가 거절할 것이 느껴졌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도대체 왜 이 제안을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나요?"라는 뉘앙스의 말을 감정적으로 했던 것이다. 내가 이 장면을 충격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누구도 이렇게 본인 일에 감정을 크게 쏟아부었던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이렇게 절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지 않기로 해서 이후에는 더 이상의 미팅과 연락은 없었고 그의 소식 또한 듣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 우연하게 그를 유튜브에서 보게 되었다.


사진 출처: 유튜브 '삼프로TV'

그는 시총 1.5조 원으로 평가받는 쏘카의 대표가 되어있었다. 당시 그는 커플 메신저 앱인 '비트윈'의 대표였다.



두 번째 장면: 며칠 전 점심시간


웬만하면 1일 1식을 하는지라 점심에는 식사 대신 산책을 하거나 독서를 한다. 며칠 전 점심에는 평소라면 읽지 않았을 책을 읽게 되었다. 지정독서모임에 나가기 위해서. 바로 켈리 최의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였다.

사진 출처: 교보문고

켈리 최의 이야기는 다양한 유튜브를 통해 익히 들었다.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맞는 이야기면서도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책까지 구매해서 읽을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도 읽기 전의 생각에는 크게 변함은 없었다. 사업의 성공비법은 이미 내가 다른 책들을 통해 공부한 내용들이었고, 심지어 그녀가 추천한 책 100권 중에서 내가 이미 읽책이 90권이 넘었다.

사진 출처: 켈리 최의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그런데 그녀의 책은 왠지 모를 울림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절박함'이었다. 10억의 빚을 지고 밑바닥까지 추락한 그녀의 절박함이 한 글자 한 글자마다 묻어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와 내가 아는 것에는 큰 차이는 없을지언정 절박함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장면: 지금


쏘카의 대표와 켈리 최와 같은 자수성가와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물론 다양한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아마도 '절박함'일 것이다. 나는 그들만큼 절박하지도 무엇을 간절히 원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인생의 밑바닥을 치고 깨달음을 얻었고 그리고 변했다고. 지금은 국민 MC로 전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유재석도 기나긴 무명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무명시절의 절박함이 그를 변하게 했고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사진 출처: MBC 무한도전

무협지를 보면 주인공이 강해지는 순간은 여지없이 최악의 상황, 즉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겼을 때다. 그때부터 각성하고 변하기 시작하여 결국 천하제일된다.


표면적으로는 최악의 상황이 터닝포인트로 보이지만 잘 살펴보면 핵심은 그 상황에서 느끼는 '절박함'이다.


주역 계사전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이처럼 우리가 변하고 그래서 원하는 것을 이루고 또한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궁'이 필요하다. 다른 말로 '절박함' 필요 것이다.


인생 역전의 시작점, '절박함'을 절박하게 생각해본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Denise Jan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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