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자기 계발을 해야 하나요?
꼭 성장을 해야 하나요?
어진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논쟁하지 않을 것이고, 진귀한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훔치지 않을 것이며, 무엇이 바람직한지 보여주지 않으면 사람들의 마음은 불안해지지 않을 것이다
- 노자 -
랑티에(Rentier)란 '(주로 국채로 사는) 금리 생활자'다.
유럽에서는 선조 가운데 누군가가 약간의 재산을 모아 그것으로 아파트와 국채를 사서 유산으로 남겼다면, 상속인은 (분에 넘치는 짓만 하지 않으면) 평생 무위도식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유럽의 집은 석조라서 사람들은 거기서 선조 대대로 물려받은 가구와 집기를 그대로 쓰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유럽은 데카르트의 시대부터 1914년까지 화폐 가치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랑티에는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극장과 살롱을 방문하거나 철학과 예술을 논하거나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리하며 일생을 마친다. 물론 결혼 따윈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랑티에들이야말로 유럽 근대문화의 창조자이자 비평자이며 향수자였다.
부르주아지는 돈벌이에 여념이 없고, 노동자들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생활과 혁명 준비 때문에 그런 '놀이'에 어울릴 여유가 없다. 결국 근대 유럽에서 최고의 '모험'적 시도와 '문화'적 창조를 담당한 것은 바로 랑티에들이었다.
- 우치다 다쓰루의 <거리의 현대사상> 중 -
이 책에서 말하는 웰니스 신드롬(Wellness Syndrome)은 '모든 개인은 자율적이고 유능하고 의지가 강하고 끊임없이 자기 계발에 힘쓰는 존재'라는 규정을 전제로 한다. 개인이 자신의 운명을 온전히 선택할 수 있다고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죄책감과 불안감을 촉발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우리는 아무리 주변 환경이 불리하게 돌아가도 자기 인생은 자기가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주입받는다. 이는 경기불황 속에서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이들은 경제위기를 탓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주문, 취직은 결국 개인의 의지와 선택의 문제라는 조언을 들어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실업자는 복지수당이 아니라 라이프 코칭을 받는다. 차별받는 집단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랑스러워할 기회가 아닌 운동 계획표를 받는다. 시민들은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아니라 마음챙김 수업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불평등과 차별, 권위주의는 정면으로 대응하기엔 너무 거창한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야심도 너무 거창한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야심도 근시안적으로 전락해 유권자의 웰빙 증진에만 골몰하게 된다.
- 칼 세데르스트룀, 앙드레 스파이서의 <건강 신드롬> 중 -
자기 계발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는 순간 위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