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Jul 25. 2022

1년에 책 한 권도 안 보던 사람이 다독가가 된 방법

대학교 3학년 이전까지는 자발적으로 읽은 책이 1년에 한 권도 안되던 해가 대부분이었다.


우리 집은 책을 읽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부모님이 책을 읽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고 가족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다 같이 TV를 보곤 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지 않는다고 부모님께 잔소리를 들은 적도 없다. 주위에 책을 읽는 사람도 없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보니 정보를 받아들이기 가장 쉬운 채널인 영상매체에 중독 아닌 중독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에 더해 어렸을 때부터 게임에 재미가 들려서 여유시간에는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는 게 기본값이었다.


물론 책을 전혀 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당시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그러하듯 우리 부모님도 위인전이라든지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들을 구비해놓긴 하셨다. 그러다 보니 TV를 볼 수도 없고 게임도 할 수 없는 때에는 부득이 책을 읽곤 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김자환의 <쉬면서 노는 학교>처럼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책들도 있다. 다만 책은 게임, TV, 친구들과 놀기 등등에 밀려 그 우선순위에서 가장 뒤였다. 독서는 정말 할게 전혀 없을 때를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삶에 변화를 주어야만 하는 때가 왔다. 통번역을 위해 다량의 책을 읽어야만 했던 것이다.


졸업을 앞두고 공군 어학 장교에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를 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영어 통번역 능력이 필요했고 당연하게도 다량의 영어 원서를 읽고 번역하는 훈련이 필요했다. 즉 다독가가 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엇이든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할까'를 먼저 고민하는 스타일이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을 빌려 더 멋지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무를 베는 데 1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먼저 도끼날을 가는데 45분을 쓸 것이다


이처럼 다독가가 되기 위해서 나는 일단 어떻게 하면 책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다음의 세 가지 방법을 생각해내게 되었다.



1. 자극적인 책부터 읽기


책 읽는 습관을 들이려고 하는 사람들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서울대 추천도서' '하버드대학교 추천도서'와 같이 훌륭하지만 어려운 책부터 시작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추천도서들은 대부분 책을 많이 읽어서 텍스트로 정보를 습득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들이다. 쉽게 말해 책린이들이 읽기에는 재미도 없고 이해도 안 되는 책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나는 독서에 흥미를 붙이려고 할 때 책을 고르는 기준은 단 한 가지였다. 바로 '얼마나 자극적이냐'라는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극적인 것에 집중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한 대부분의 것들은 '폭력' '섹스' '돈'과 같은 자극적인 것이 강조되어 있다. 그래서 나도 나의 주의를 즉각적으로 끌 수 있을 만큼 자극적인 책 위주로 선정해서 읽기 시작했다.


책린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텍스트로 정보를 습득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기에 내용보다는 텍스트와 친해지는 게 최우선이다.


2. 내가 좋아하는 것과 연결하기


사람들이 음악이나 영화에 비해 책 꺼려하고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정보를 습득하는데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음악은 큰 노력 없이도 청각적으로 우리에게 쾌감을 주고, 영화 같은 경우에는 시청각(4D 영화의 경우 후각과 촉각까지)적으로 즉각적인 쾌감을 준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점과 선을 보고 오감을 상상해내야 하는 고도의 정보 습득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다른 매체들에 비해 크고 힘들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책을 읽는 동안에 느껴지는 힘듬을 동시에 즐거움을 주는 무언가로 상쇄하기로 했다. 즉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책을 읽기로 한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핫플이라 불리는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멋진 디자인, 멋진 음악, 멋진 사람들로 가득한 멋진 공간에 있는 것 그 자체가 나에게는 힐링이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는 무조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핫플에 가서 읽는 습관을 들였다. 어떻게 보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나 자신을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게 만든 것이다. 책 표지만 봐도 내가 좋아하는 핫플에 있는 상상이 들어서 기분 좋을 수 있게.



3. 책 읽는 게 쉬운 환경 만들기


마지막으로는 환경이다. 내가 아무리 1번과 2번을 열심히 하더라도 주위에서 지속적으로 게임을 하자고 하거나 집에 있을 때 책을 읽기보다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에 더 용이한 환경이라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그래서 일단 내 컴퓨터에 있는 모든 게임을 삭제하였고, 방안을 책으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동할 때는 무조건 책을 챙겼고 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의 모임에참가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환경 세팅을 하자면 독서모임에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회 차 이상의 독서모임은 20~30만 원정도 지불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책을 읽지 않으면 독서모임에 갈 수 없다. 이 말인즉슨 책을 읽지 않으면 내 돈을 날리게 되는 것이다 보니 강제적으로 책을 읽게 만드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나는 이제 1년에 적게는 100권 많게는 300권 이상을 읽는 다독가가 되었다.


물론 이전 글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책을 많이 읽는 것 그 자체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책을 읽는 이유에 따라 다소 다를 수는 있지만 책을 읽어서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또한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다독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자기만족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단 책을 읽는 행위는 다양한 면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계기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효과적이었던 방법이 다독가를 꿈꾸는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Tejasvi Ganjoo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 근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