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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l 26. 2022

다독은 근거가 아니라 증명의 대상

최근 한 독서모임에서 참여자 중 한 분이 본인이 다독가인 것을 계속해서 어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어떠한 주장을 하고 나면 "내가 1년에 100권을 읽어서 아는데"와 같은 뉘앙스의 말을 덧붙이곤 했다. 즉 본인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다독을 했다는 사실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독서모임은 하나의 답을 찾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모두가 각기 다른 의견을 갖고 그에 대해서 논의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상당수의 독서모임도 이와 같은 철학을 기반으로 운영이 된다. 그래서 참여자들 대부분이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인데 그분은 본인의 의견을 불필요하게 방어 혹은 정당화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독이라는 근거를 통해.


모임 내내 그분을 보며 '다독한다는 말만 빼면 더 좋을 텐데'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그가 다독을 근거로 내세울 때마다, '진짜 다독하는 사람이 맞나?'라는 의심까지 들었다.


공부를 예로 들어보자. 누군가가 공부를 많이 했는지 안 했는지는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 그리고 성적이라는 수치로 증명이 된다. 즉 많은 인풋은 아웃풋의 근거라기보다는 훌륭한 아웃풋으로 증명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많은 인풋을 들였다고 말하는 사람의 아웃풋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1. 말과 달리 실제로는 인풋을 많이(혹은 효과적으로) 들이지 않았다

2. 인풋 대비 아웃풋이 나오지 않는 사람이다


정확히 어떤 TV 프로그램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지원자에게 멘토가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했다.


진짜 최선을 다했어? 지금 말 잘해야 해. 만약 네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이 정도 실력이면 너의 진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거든. 재능이 없는 거니까. 다시 생각해봐. 진짜 최선을 다했어?


이처럼 책을 많이 읽는다고 공공연히 말한다면 그것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사람들은 수많은 인풋에 걸맞은 아웃풋을 기대할 테니 말이다.


이는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의도치 않게(?) 내가 다독을 한다는 것을 여러 번 밝혔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 9>에서 래퍼로서 본인을 증명하는 스윙스. 사진 출처: MNET

래퍼 스윙스는 "본인이 최고다"와 같은 말을 하며 끊임없이 본인을 증명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심지어 본인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쇼미더머니>에 본인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참가자로 다시 출연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증명의 자리를 통해 또 한 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이 그의 증명 방식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증명해야 할 것은 '완벽'이 아니라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나의 사고가 그리고 나의 글이 다독가에 걸맞지 않은 수준이라 누군가지라도, 끊임없이 시도하고 성장할 것이다. 내가 다양한 모임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다음 말처럼.


Let's Maket Better Mistakes
우리 조금 더 나은 실수를 해봅시다


이것이 내가 다독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Austin Diste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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