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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Sep 03. 2022

책은 역시 내돈내산이 답인 듯


어느 날 브런치 알림 팝업이 떴다.



브런치를 통해 새로운 제안이 오는 경우 대개 '출판 제안' 혹은 '기고 제안'과 같은 (나한테는) 빅 이벤트이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내용을 확인해봤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다르게 신간도서를 홍보하는 메일이었다. 자세히 말하면 내가 쓴 글들 중 '책 추천' 관련 글들을 보고 연락을 하게 되었으며, 추후에 관련된 글을 쓸 때 본인들의 책을 추천해달라는 뉘앙스의 메일이었다. 물론 책은 무료로 전달하겠다는 조건으로.


나의 원칙 중 하나는 "책은 웬만하면 내 돈 주고 사서 내가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쓰자"이다. 다른 영역은 몰라도 나의 가장 큰 취미 중 하나인 '독서'를 침범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이런 원칙을 자연스레 만들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적지 않게 책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아왔지만 단 한 번도 이에 응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 살짝 애매했다. 무료로 전달하겠다는 책이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여 홍보 담당자분에게는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힘과 동시에 내가 직접 돈 주고 구매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홍보 담당자에게 전한 이메일 내용


메일을 보낸 후 책을 바로 구매하고 어떠한 부담감도 없이 읽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내 돈 주고 사서 읽은 게 천만다행이다.



내가 만약에 무료로 해당 책을 제공받고 추천을 해야 했다면 엄청난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정도로 내 기대에는 현격히 못 미치는 책이었다.


올해 초에 독립출판이기는 하지만 책을 직접 쓰고 출간하면서 창작의 고통과 창작자들의 대단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그 후부터는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라도 최대한 악평을 하지 않고 별점을 주더라도 5점 만점에 3점 미만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물론 별점을 매기지 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지만 추후에 다시 읽을 책들을 빠르게 분류하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로 활용 중이다). 어떠한 책이건 그 책을 내기 위해 창작자들은 각자의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나만의 일종의 리스펙트를 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하는 것은 나에게는 어렵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최대한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은 일종의 리스펙트지만 좋은 점으로 변형하는 것은 일종의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도 나의 이런 원칙을 계속해서 지켜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있다. 앞으로 내가 어떠한 상황에 처할지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리스펙 하는 지인이 쓴 책이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이것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는 지금 생각해봐도 답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책은 내돈내산'하자는 원칙은 최대한 지켜보고자 한다. 이번의 일로 그 중요성을 더더욱 크게 느꼇으니 말이다.



P.S. 해당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는 일단 20페이지 정도로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책의 분량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늘린 느낌이었고, 실용서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선입견이 과도하게 묻어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홍보 담당자분은 열심히 홍보를 하시는 것 같은데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든다. 책의 제목과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이 그나마 나의 최선의 배려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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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Clay Bank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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