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까먹을 건데 대체 책을 왜 읽고 있는 거지?
"초서의 방법은 내 학문이 주장하는 바가 먼저 있은 뒤라야 저울질이 마음에 있게 되어 취하고 버림이 어렵지 않게 된다. (...) 책 한 권을 얻어 내 학문 중에 보충할 것이 있거든 추려서 엮도록 해라. 그렇지 않은 책은 눈길도 주어서는 안 된다. 비록 1백 권의 책이라도 열흘 공부에 지나지 않는다."
- 정민의 <삶을 바꾼 만남> 중 -
네덜란드의 인문학자인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뮈스는 1512년에 쓴 교과서 <풍부함에 대하여(De CoPia)>에서 기억과 읽기 사이의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적당히 작은 표시를 이용해 눈에 띄는 단어의 등장, 고어체나 새로운 용어, 눈에 띄게 훌륭한 스타일, 격언, 예시 그리고 기억할 가치가 있는 간결하면서 함축적인 언급 등에 표시하는 방식을 통해 각자의 책에 주석을 달 것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모든 학생과 교사들에게 공책 정리를 할 것을 제안했는데, 이 공책을 주제별로 분류함으로써 "기록해놓을 만한 어떤 대상과 마주치더라도 적합한 섹션을 찾아 적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요약문을 직접 받아 적고, 정기적으로 복습하는 것은 이 지식들을 머릿속에 확실히 자리 잡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 모두가 기억할 만한 인용구를 적어야 한다는 에라스뮈스의 조언은 광범위하고도 열정적으로 지켜졌다. '비망록'으로 불리게 된 이 같은 공책들은 르네상스 교육의 특징이 되었으며, 모든 학생들이 이 비망록을 작성했다. 17세기 무렵에는 학교를 넘어 폭넓게 사용되었다. 비망록은 학식을 갖춘 사고를 함양하기 위한 필수 도구로 인식되었다.
-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