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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Sep 18. 2022

책 취향에도 수준이 있을까?


독서모임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는 어떻게 되세요?



이러한 질문에 '무라카미 하루키'나 '테드 창' 같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소설가나 '조용헌' 처럼 학계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으나 입담이 좋은 사상가를 말하곤 한다. 좋아하는 작가는 많지만 다수에게 추천할만한 작가추리다 보니 늘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답변에 "다독가치고 깊이가 부족한데?" 같은 뉘앙스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추천도서를 올렸을 때는 "추천도서 중 소설이 적은걸 보니 책을 얕게 읽는군요"와 같은 직접적인 지적도 받았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도 추천했는데...)


물론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면 멋져 보이는지는 알고 있다. 도스토옙스키나 셰익스피어와 같은 대문호, 헤겔이나 비트겐슈타인 같이 난도가 높은 철학가, 혹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같은 시인들의 시인을 말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리스펙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의 위대함을 그 누가 부정하겠는가?)


어쩌면 멋져 보이는 답변을 알기에 일부러 청개구리같이 답하는 것일지도 모르나 기본적으로 내 자주 가는 것은 '간단명료'하고 대중적인 글을 쓰는 작가의 책이다. 그래서 늘 렇게 대답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난해한 책을 무조건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책은 전하고자 하는 바의 난도가 너무 높은 나머지 아무리 간단명료하게 쓰려고 해도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부득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책으로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와 남회근의 <참동계>가 떠오르는데 둘 다 좋아하는 책이다)


 비단 책 추천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알거나 혹은 쉬운 무언가는 마니아 사이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힙합 커뮤니티에서 래퍼 '비와이'를 대하는 태도다.


사진 출처: MNET



비와이는 힙합 경연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5>에서 우승을 하면서 힙합 마니아뿐만 아니라 힙합에 크게 관심이 없는 대중들도 알게 된 래퍼다. 이렇게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 전에 그는 언더그라운드(마니아가 주축이 되는 일종의 커뮤니티)에서 '가장 주목하는 래퍼', '차세대 국힙(한국 힙합) no.1' 등 극찬을 받았었다. 그런데 대중들도 그를 알게 되고, 더 정확히는 대중들이 그를 국힙 no.1으로 찬양하기 시작하자 상당수의 마니아들은 그에게서 등을 돌리게 되었다. "잘하기는 하지만 대중들이 찬양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다"와 같은 온건한 평에서 "비와이의 랩은 발전이 없고 똑같다"와 같은 신랄한 비판까지.


물론 이러한 반응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한 분야를 오랫동안 다각도에서 지켜본 마니아에 비해 대중들은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무언가에 쉽게 반응하기 마련이기에 그들의 평을 그대로 인정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가요 경연 프로그램에서 자주 보이는 '가창력 = 클라이맥스에서 높은 고음'의 공식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책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독서량이 쌓일수록 재미없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던 책이 정말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구나라는 뒤늦은 깨달음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대한 실망감이 같이 찾아오곤 하니 말이다. (덧붙여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를 더 높게 치는 경향도)


그런데 내가 주의하고자 하는 바는 진짜 좋은 책들 중에 대중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책들이 있다고 해서, 대중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책들이 진짜 좋은 책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무리 박학다식한 사람일지라도  분야에서는 경험이 일천하여 본인이 낮게 보는 대중의 취향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러한 이유로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서 앞서 말한 바와 같은 맥락으로 계속 하려고 한다. 대중들이 알고 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는 작가들로 말이다.



P.S. 여러분의 최애 작가는 어떻게 되나요?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Alex Grodkiewic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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