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아남은 승자의 이유>를 읽고
홍원식 체제하의 남양유업에 대해서는, 2010년대 이후에 생긴 소비자의 거부감과는 별개로 높은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
그뿐 아니라 1994년엔 아인슈타인 우유, 1996년엔 프렌치카페, 2003년 맛있는우유GT, 2005년 17차, 2010년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2011년 초코에몽, 2014년 백미당 등 지금도 주력으로 팔리는 상품들을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분유 기업으로 유명했던 남양유업을 종합 유업 기업으로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개발 능력이 뛰어나고 사업 다각화가 잘 이루어진 현재 남양유업의 모습이 홍원식 회장의 경영하에서 완성된 것이다.
이는 남양유업이 단순히 상품만 잘 만들어서가 아니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경쟁사들을 누르는 데 능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선 2세대 경영자인 홍원식 회장은 오히려 1세대 경영자인 김복용 회장과 최명재 회장을 닮은 측면이 있다. 매일유업도, 파스퇴르유업도 1세대 경영자들이 경영일선에 있었을 땐 노이즈 마케팅과 네거티브 마케팅에 매우 능한 모습을 보였다.
- 김영준의 <지금 살아남은 승자의 이유>(김영사, 2020) 중 -
우지파동
1989년 11월 3일, '공업용 우지(쇠기름)'로 면을 튀겼다는 익명의 투서가 서울지방검찰청에 날아들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비식용 우지를 수입한 삼양식품, 오뚜기식품, 서울하인즈[1], 삼립유지[2], 부산유지 등 5개 업체를 적발하고 대표 및 실무 책임자 등 10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입건하였다.
- 나무위키 중 -
앞서 1980년대의 라면 업계 점유율 추이에서 보았듯이 우지 파동은 잘 나가던 삼양식품을 한순간에 몰락시킨 사건이 아니라 농심이 시장 지배적 기업이 되는 데 일조한 사건이었다. 1980년대에 삼양식품은 상품 개발에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따라서 우지 파동이 없었다고 해도 그 점유율 차를 좁히긴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1980년대 중반 라면 시장에 신규 업체들이 등장했을 때, 농심의 점유율은 그대로인데 삼양식품의 점유율만 하락한 점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삼양식품의 경쟁력이 농심과 대등한 수준이었다면 신규 업체가 등장함에 따라 두 기업의 점유율은 같이 감소해야 한다. 하지만 삼양식품만 점유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삼양식품의 경쟁력이 농심보다 떨어졌다는 의미다.
- 김영준의 <지금 살아남은 승자의 이유>(김영사, 2020) 중 -
김선권 대표는 저서에서 자신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수차례 언급한다. 그리고 자신이 사업을 통해 돈을 벌었다고는 하지만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태생적으로 부자인 사람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고 토로한다. 그렇기에 어쩌면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목표점을 지향했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 점에서 양적 성장은 대외적으로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목표에 해당한다.
이러한 부분은 강훈 대표에게서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할리스 시절부터 '스타벅스보다 더 큰 카페를 만들겠다'라는 목표를 추구했다고 밝힌다. 여기서 '더 좋은 카페'가 목표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 그리고 그가 스타벅스를 나와 낸 책의 부제가 '스타벅스를 이긴 토종 카페'라는 점은 카페베네가 태생적으로 양적 성장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김영준의 <지금 살아남은 승자의 이유>(김영사, 2020) 중 -
프레드 데루카(*서브웨이 창업자)와 김선권 대표(*카페베네 창업자)는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둘 다 어린시절 가난했고 그 와중에 자수성가로 사업을 일궈냈다. 또한 두 사람 다 자신의 사업 아이템에 대한 큰 애착은 없었으며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리고 양적 성장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한 점도 동일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말은 정반대다. 프레드 데루카는 억만장자로 사망했지만 김선권 대표는 연이은 실패로 기업가로서의 커리어를 마감했다. 이 차이는 무엇에서 오는 것일까?
일단 커피와 샌드위치라는 아이템의 특성 차이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퀄리티 컨트롤에서 장점이 있는 샌드위치와 달리 커피는 퀄리티 컨트롤이 매우 까다롭다. 수십 수백 개의 매장에 동일한 품질과 상태의 원두를 공급하는 것도 일이지만 커피의 품질은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실력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그 때문에 충분한 직원 교육과 품질 유지에 대한 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퀄리티 컨트롤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또한 비용 측면의 관리가 부실한 점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샌드위치는 메뉴 하나를 추가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기존의 재료를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부가적인 재료가 더해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페베네는 커피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면서 각각 개별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메뉴를 마구잡이로 늘렸다.
- 김영준의 <지금 살아남은 승자의 이유>(김영사, 2020)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