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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Nov 20. 2022

필체를 바꾸면 복이 와요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를 읽고


내 글씨를 보고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악필, 더 정확히는 초딩 글씨이기 때문이다.  


나와 대화를 나눠봤거나 혹은 내 책(혹은 브런치 글)을 읽은 사람들은 막연히 나의 필체가 '어른스러우면서 남성적'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 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의 필체는 '정성 들여 쓴 초등학교 6학년의 글씨체'에 가깝다. 누군가는 '깍뚝체'라고도 이야기한다. 그만큼 어른스러움 혹은 남성적인 느낌과는 정반대의 필체이다.


2000년대에는 수능시험을 보고 나서 대부분의 고3은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하거나 평소에 하지 못했던 공부 혹은 여가를 즐기곤 했는데 나는 그때도 글씨 연습을 했다. 어떻게든 '초딩체'를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연습을 해도 그때뿐이고 곧 나만의 유니크한 '초딩체' 혹은 '깍둑체'로 돌아가곤 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생각의 속도'와 '쓰기의 속도'의 크나큰 격차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는 너무나도 많은 상상과 생각을 했다. 논술시험을 볼 때도 머리에서는 생각이 5G의 속도로 떠오르는데 2G에 가까운 손이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마치 머릿속에서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아이키처럼 춤을 기가 막히게 추는데 몸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같이 삐걱대고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행히도 언젠가부터 사회적으로 손글씨를 쓰는 일이 드물어지면서, 나의 필체는 점점 나만의 비밀(?)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 글씨를 더 잘 쓰고자 하는 의지가 무의식에 남아있는지, 서점에서 '필체'라는 단어가 포함된 제목의 책이 단번에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구본진의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책이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835570



책에서는 먼저 필체에 대해서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한다. 필체가 단순히 글씨의 모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많은 부분을 나타내는 거울과도 같은 것임을 동서양의 예를 통해 밝히고 있다.

서예의 종주국인 중국은 전통적으로 '글씨가 곧 사람(書如其人)'이라 글씨에서 그 사람의 성품과 학식을 짐작할 수 있다고 믿었다. 글씨 쓰기(書法)를 지식인의 덕목으로 삼았고 기원전 1,000년경에 이미 글씨 분석을 했다.

(...)

아리스토텔레스와 아테네의 철학자인 데메트리오스 팔레레우스는 글씨가 글쓴이의 성격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는 "내게 손글씨를 보여주면 그 사람의 성격을 말해주겠다."고 하였다. 아인슈타인, 괴테, 발자크, 보들레르, 로버트 브라우닝, 벤저민 디즈레일리, 알렉상드르 뒤마, 게오르규, 스탈 부인, 월터 스콧, 아서 코난 도일 등도 글씨와 사람 사이의 관련성을 믿었다.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는 주변 사람들의 필적을 분석한 책을 쓰기도 했다.

- 구본진의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쌤앤파커스, 2020) 중 - 



필체에 대한 이러한 동서양의 공통된 믿음은 각기 '서론'과 '필적학'이라는 분야를 탄생시켰다.  

동양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글씨를 연구하는 서론(書論)이 발달하였다. 반면 서양에서는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글씨를 크기, 모양, 간격, 기울기 등으로 분석하는 필적학(Graphology)이 발달하였다. 필적학이란 어떤 사람의 필적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추론하는 학문이다.

(...)

필적학에서는 글자 크기, 형태, 압력, 속도, 기울기, 정돈성, 전체적인 인상, 자연스러움, 조화, 리듬 등을 살핀다. 자음과 모음의 세부적인 형태, 글자의 시작 부분 및 끝부분의 형태, 필순, 자획을 이어 쓰는 방법, 운필 방향, 획 사이의 공간, 자획은 굴곡 상태와 꺾인 각도 등 세부적인 운필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한다.

- 구본진의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쌤앤파커스, 2020) 중 - 



원론적인 내용을 책 초반부에 했으니 이쯤 되면 독자들이 원하는 내용이 나와야 한다. 바로 필체를 어떻게 바꾸면 어떻게 복이 오는지 말이다. 저자는 독자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바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바로 성공한 사람들의 필체의 공통점을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1. 필선이 단단하고 곧게 뻗어 있다.

단단하고 곧게 뻗은 필선은 삶에 대해 긍정적인 것을 의미한다. 필선이 깔끔하고 깨끗한 사람은 에너지가 강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의 경우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일시적으로 성공했더라도 말로가 좋지 않다. 반민족행위자들이 대표적이다.

2. 오른쪽으로 갈수록 올라간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에 대해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기 때문에 우상향하는 글씨를 쓴다. 여운형, 김영삼과 같은 정치인이나 운동선수, 스타, 경영인 중 성공하는 사람들의 글씨가 대부분 그렇다.

(...)

오른쪽 위로 향하는 글씨는 행운을 가져오지만 오른쪽 아래로 기우는 글씨는 불행을 가져오는 암시이다. 행운을 불러오고 싶다면 오른쪽 위로 향하게 쓰는 게 좋다. 기초선의 오른쪽 끝이 왼쪽 끝보다 낮지는 않아야 한다. 박인비, 마이클 잭슨, 타이거 우즈, 앤디 워홀처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매우 가파르게 올라가도 좋다.

3. 가로획을 길게 쓴다.

긴 가로획은 인내력을 의미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가로획이 긴 글씨를 쓴다. 김구, 김대중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의사 이국종, 피아니스트 백건우, 방송인 송해, 유재석, 영화배우 하정우, 피디 나영석, 가수 나훈아, 인순이, 골프선수 신지애, 탁구선수 유남규, 바둑기사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에디슨, 링컨, 타이거 우즈가 그렇다.

- 구본진의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쌤앤파커스, 2020) 중 - 


우리는 기분이 좋으면 웃는다. 그런데 반대로 웃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억지로 웃어도 기분을 좋게 만드는 '도파민'과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증가하는 것이 밝혀졌다. 즉 정신과 육체는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필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성공을 한 사람의 정신이 필체에 반영이 된다면 그러한 필체를 따라 하다 보면 성공한 사람의 정신과 닮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언급한 성공한 사람의 필체를 매일 따라 하고 있다.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내용인지는 몰라도 밑져야 본전일 때는 일단 빠르게 해 보는 게 최선이니까 말이다.


웃으면 복이 오듯이 필체를 바꾸면 복이 올 것이라 믿어보며.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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