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Mar 21. 2022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독서법

핵독(Core Reading)

독서법에 대한 강의를 해주실 수 있나요?


몇 년 전 한 독서모임에서 7주년 행사의 특강을 요청해왔다. 그것도 독서법으로!


독서가 취미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독서모임에서 독서법으로 강의를 해야 하다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수있었지만 장도연의 좆밥 전략을 상기하며 빠르게 부담감을 려놓고 강의자료를 만들었다.


https://brunch.co.kr/@kap/11


사실 독서모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고민 중의 하나가 "책을 읽고 조금만 지나도 잘 기억이 나지를 않아요"이다.


나도 한때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 그래서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독서법에 대해서 무작정 연구를 했다. 시중에 나와있는 독서법에 대한 다양한 책들을 읽고 적용을 해보고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들도 접목시켜 보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드디어 나만의 독서법을 완성시켰다. 핵심만을 읽는 독서법라는 의미로 '핵독'이라고 이름을 지어봤다. (이 독서법은 '정보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독서에 최적화되어 있다)


일단 핵독의 과정은 아래의 그림 한 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아그레아블 7주년 캡선생 강의자료 중


파블로 피카소가 최소한의 표현으로 황소를 최대한 표현하듯, 핵독은 '어떻게 하면 책의 내용을 가장 간결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읽는 것이다.



핵독(Core Reading)의 순서


1. 제목과 목차를 보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추측하기


제목은 책의 내용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이고, 목차는 저자의 논리 구조라고 봐도 좋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제목과 목차만 보더라도 저자가 어떠한 이야기를 어떻게 할지가 보인다. 이런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제목과 목차를 보고 핵심을 추측하는 연습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추측이 틀려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더 좋다. 틀렸을 때 책의 내용이 머리에 더 오래 남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이다.


2.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이 나오는 페이지 번호와 좋은 표현을 노트에 적으며 읽기

아그레아블 7주년 캡선생 강의자료 중

밑줄 치며 읽거나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읽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노트에 적어가며 읽는 것이다.(그 이유는 3단계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노트에는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이 나오는 페이지 번호와 좋은 표현들만 간략히 적는다.


3. 책을 다 읽은 후 노트에 적은 페이지 번호와 좋은 표현들을 참고하여 정리하기


3단계가 정말 중요하다. SRS(Spaced Repetition System)라는 기법을 통해 내 머릿속에 책의 핵심을 각인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SRS는 쉽게 말해 '일정 간격을 두고 복습'하는 방법을 말한다. 우리가 시험을 보는 이유는 평가의 측면도 있지만 공부한 내용을 일정 간격을 두고 상기하는 것을 통해 머릿속에 오랫동안 그 내용을 남기기 위함도 있다. 이처럼 내가 노트에 적은 페이지 번호만 보고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해내는 과정을 통해 단순 정리 이상으로 내 머릿속에 그 내용을 각인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책을 2회 이상 읽을 때 책에 밑줄이나 포스트잇이 붙어 있으면 SRS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힘들고 경험치가 쌓인 만큼 책을 다르게 보고 해석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소소하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을 중고서점에 다시 팔 수 없는 단점도 있.


개인적으로는 네이버 블로그에 정리를 하는 편인데, 이렇게 공개된 웹사이트에 정리를 하면 방문자 수에 따라 꽤나 괜찮은 광고 수입도 얻을 수 있는 부가적 장점이 있으니 모두에게 공개된 웹사이트에 정리하는 것도 추천한다.

1000권 가까운 책의 핵심을 소유하게 되었다.

https://blog.naver.com/cewalldam/222652252953


4.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이것은 파인먼 테크닉(Feynman Technique)에서 영감을 얻었다. 파인먼 테크닉은 쉽게 말해 내가 배우고자 하는 것을 초등학생한테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혹은 직접 설명해봄으로써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처럼 3번에서 정리한 내용을 타인에게 아주 쉽게 설명해보는 것이다. 내 설명이 부족하면 아마 여러 가지 질문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그에 대해 다시 책을 참조하여 정리하면서 나의 지식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주로 독서모임에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를 하는 편이다. 그런데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내가 배우고자 하는 것을 강의로 만들 수도 있다. 타인에게 돈을 받고 강의를 한다는 부담감을 책의 내용들을 내 머릿속에 더 강하게 각인시키는 압력으로 전환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핵독'이라는 나만의 독서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길게 했지만, 사실 독서는 본인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독서법은 '왜 책을 읽는가?'라는 각자의 이유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책의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핵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분의 즐거운 독서생활 보탬이 되길 바라며!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kap/90





Photo by Thought Catalog on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