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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pr 01. 2022

우사인 볼트가 왜 대단한지 알아요?

다치바나 다카시

 우사인 볼트가 세계에서 왜 제일 달리기가 빠른 사람인지 알아요? 끝까지 갔기 때문이에요.


사진 출차: 유튜브 '축제TV 한국축제방송 KCB'


한 대학 축제에서 래퍼 스윙스가 한 말이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언뜻 들으면 "이 뭔 X소리야"스러운 비논리적인 말이다. 술에 취해 횡설수설한 것 같다는 반응도 많았다.(영상에서 스윙스가 소주를 왼손에 들고 있는 걸 보면 합리적 의심이) 그래서 한동안 그의 말은 인터넷에서 유머러스한 밈(meme)으로 유행했다. 스윙스는 후에 "우사인 볼트가 최고인 이유는 재능"이라고 자신의 말을 번복하긴 했지만 나는 그의 말이 꽤나 의미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꿈보다 해몽일 수는 있지만 끝까지 갔다는 것을 인간의 한계 끝까지 갔다고 보면 말이다.


그렇다. 우사인 볼트는 달기기의 한계 끝까지 간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100m 달리기 선수인 것이고.


그렇다면 독서로 인간의 한계 끝까지 간 사람은 누구일까?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라는 책을 읽고 나서 그 답은 아마도 '다치바나 다카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사진 출처: 문학동네


그는 자신이 소유한 무려 20만 권의 책을 보관하기 위해 '고양이 빌딩'이라 불리는 빌딩을 지었다. 책을 보관하기 위해 빌딩을 짓다니! 너무나 근사하지 않은가?

고양이빌딩 앞에서 다치바나 다카시, 출처: 서울신문


이쯤에서 대부분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많은 책을 소유하고 읽은 것일까?


그는 일본에서 탐사보도의 상징으로 불리는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다. 쉽게 말해 그는 '쓰기 위해' '읽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와 관련하여 본인의 저서 <읽기의 힘, 듣기의 힘>에서 IO비라는 개념을 이야기했다.

글을 쓴다는 작업은 먼저 자료 확보가 있은 다음에 그 자료를 통해 스스로 무언가를 생성하여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나 자신에게 '정보를 투입하는 과정(Input)'과 '밖으로 꺼내는 과정(Output)'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인풋'과 '아웃풋'의 비율을 일반적으로 'IO비'라고 부릅니다.
IO비가 높을수록, 다시 말해 자료를 최대한 많이 투입하여 적게 배출하면 그 압박비가 높은 만큼 많은 정보가 쌓여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대체로 100대 1 정도의 IO비가 아니면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책 100권을 읽어야 책 한 권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아마 두 번째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그는 정말로 본인이 소유한 책 20만 권을 다 읽은 것인가?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에서 20만 권의 책에 대해서 인터뷰어가 무작위로 물어보았을 때 막힘없이 책의 내용을 술술 말하는 것을 보면 그가 본인이 소유한 책 대부분을 다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출판사와 그가 작정하고 독자를 속이려 했다면 아닐 수있지만 그의 여타 저작물들의 양과 질을 보생각이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가 20만 권의 책을 다 정독한 것은 아니다. 그는 일종의 인터넷 검색처럼 책에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는 발췌독을 섞어서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만 권이라는 숫자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1년에 4,000권을 읽어도 50년이 걸리는 이니까 말이다.


나도 작년 한 해 동안 다독을 목표로 책을 읽어보았으나 320권이 한계였다. 물론 발췌독을 하지 못하고 정독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과 평일 10시부터 7시까지 일을 해야만 하는 직장인이기에 다치바나 다카시에 비해 책을 읽기에 수월하지 않은 환경에 있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사실 이 또한 핑계다.


https://brunch.co.kr/@kap/26


나는 1년에 320권을 읽고 나서 다독보다 '왜' '무엇을'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는데, 다치바나 다카시 정도의 독서왕도 나의 의견에 동의할지 궁금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나의 궁금증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질문을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이 2021년 4월 30일이었기 때문이다.


다치바나 다카시 인간의 한계 끝까지 가서 무엇을 보았을까? 다독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나도 한 번 끝까지 가봐야겠다. 나의 한계 끝까지.



Photo by Il Van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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