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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ug 09. 2022

세계 최초를 만든 꾸준함의 비밀

20 마일

1년 넘게 매일 아침 플랭크를 1분 30초씩 했다는 것을 후배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러자 후배가 놀랐다. 그런데 내가 기대했던 이유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선배! 1년 동안 진짜 단 1초도 늘리지 않았어요?


그녀는 나의 꾸준한 노력에 놀란 것이 아니라 꾸준한 기록(?)에 놀랐던 것이다. 그녀의 반응에 잠시 머쓱하긴 했지만 이것이 사실 나의 꾸준함의 비밀이었다. 쉬운 목표를 설정해서 무리하지 않고 매일 하는 것.


플랭크 운동 자세. 사진 출처: 유튜브 '하이닥'


사실 나도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1분 30초가 너무 짧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날에는 그것의 두 배인 3분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시간을 급격히 늘리게 되면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플랭크 운동 자체를 안 하게 될 것 같아서 쉬운 기록으로 매일 하는 것에만 집중을 했다. (매일 플랭크 운동을 3년 정도 하고 나서 시간을 2분으로 늘렸다)


나는 플랭크 외에도 스쾃, 중국어 쉐도잉(실시간으로 들으며 따라 말하는 방법), 명상 등 다양한 루틴을 매일 지켜오고 있는데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단 한 가지만 말해보라고 하면 아마도 '쉬운 목표 설정'이라고 말할 것 같다. 그래서 목표는 희망과 자신감이 뿜뿜하는 새해가 아닌, 힘들고 지치는 1년의 중간 즈음에 세우는 게 맞다는 개인적 믿음(?)이 있다.


이와 비슷한 꾸준함으로 세계 최초가 된 사람이 있다. 바로 지구의 두 극점을 최초로 정복한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이다.

남극에 도달한 로알 아문센. 사진 출처: britannica.com


1911년 10월 두 개의 팀이 남극을 최초로 정복하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되었다.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이 이끄는 팀과 영국의 탐험가 로버트 스콧이 이끄는 팀.

로버트 스콧이 이끄는 팀은 날씨와 컨디션이 좋을 때는 40 마일(약 64km)을 전진했고, 날씨가 좋지 않고 팀원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캠프를 차리고 쉬었다. 쉬는 날을 보충하기 위해 날씨가 좋은 날에는 무리를 하면서까지 전진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로버트 스콧이 이끄는 팀은 남극점에 로알 아문센 팀보다 늦게 도착하게 되었고, 심지어 돌아오는 여정에서 안타깝게 팀 전원이 사망하게 되었다.

로알 아문센은 다른 전략을 취했다. 날씨가 좋건 좋지 않건 더 전진할 수 있건 없건 하루에 딱 20마일만 전진한 것이다. 심지어 남극점을 코 앞에 두고도 무리해서 전진하지 않았다. 딱 20 마일만 전진했다. 그리고 로알 아문센이 이끄는 팀은 인류 최초로 지구의 두 극점을 최초로 정복하게 되었다.

참조문헌: Todd Zipper, "The 20-Mile March: Are You Amundsen or Scott?", 20160523


로알 아문센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매일 딱 '20 마일'만 전진해서 인류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20마일'의 법칙과 비슷한 '20매'의 법칙을 기반으로 장편소설쓰고있다. (그가 로알 아문센의 이야기를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장편소설을 쓸 경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를 쓰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된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씁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린다,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 라는 것으로는 규칙성은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임카드를 찍듯이 하루에 거의 정확하게 20매를 씁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 -


사람마다 '20 마일'의 기준은 다를 것이다. 타고난 능력과 의지력 혹은 환경에 따라서 말이다. 다만 내가 매일 할 수 있는 '20 마일'이라는 기준을 세웠다면 그것을 한 번 꾸준히 해보 어떨까? 그러다 보면 북극과 남극이 아닌 나만의 극점에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매일 전진해보는 것이다. 딱 20 마일만.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Gaelle Marce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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