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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ug 15. 2022

모든 것의 게임화

XaaG(Everything as a Game)


우리 회사에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 '인사이트 토크'라는 것을 진행한다.


진행방식은 간단하다. 회의실에 모여서 주말 동안 가장 인사이트가 있었던 무언가에 대해서 순서대로 단체 카톡방에 관련 이미지 혹은 동영상을 올리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주로 맛집과 카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때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콘텐츠 혹은 광고/마케팅처럼 우리의 비즈니스와 직접 관련이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몇 주 전 인사이트 토크에서 멤버가 올린 한 장의 사진과 이야기가 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것은 제43회 제일기획 아이디어 페스티벌의 대상작인 '커져라 배라'였다


사진 출처: ideafestival.cheil.co.kr


아이디어에 대한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배스킨라빈스 기프티콘은..강화가 된다고?

배라 기프티콘은 강화가 됩니다. 친구들과 배스킨라빈스 매장에서 각자 가진 기프티콘을 뭉쳐보세요. 함께 즐길 수 있는 더 큰 기프티콘으로 랜덤 하게 업그레이드됩니다. 매장에 있는 디지털 광고판을 통해 진행되는 배스킨라빈스의 강화 프로모션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금세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서 입소문이 날 거예요. 매장 앞에 줄 서서 QR을 찍고, 환호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 배스킨라빈스가 주는 즐거움도 한층 더 커졌습니다.

- Cheil Idea Festival 소개글 중 -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아이디어가 꽤나 익숙할 것이다. 바로 게임에서 자주 나오는 '아이템 강화' 기능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템 강화' 기능은 게임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두 개 이상의 아이템을 합쳤을 때 1+1=100과 같이 기대보다 훨씬 나은 아이템이 되기도 하고 1+1=0이 되는 것처럼 꽝이 될 수도 있는 개념이다. 도박적 성격이 강해 많은 유저 쉽게 빠져드는 게임기능 중 하나다.


게임의 중독성은 강력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이러한 게임적 요소 사업에 접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더 많은 고객이 본인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단순히 이용하는 것을 넘어 '중독(?)'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가 아닌 우리 생활 곳곳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심지어 물을 마시는 것조차 게임화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목표로 설정한 양만큼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알림이 오고, 1회 마시는 물의 양에 따라 게임의 다양한 아이템처럼 다양한 아이콘으로 표시할 수 있으며 목표달성할 경우 게임의 엔딩처럼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화면이 등장한다.


물을 마시는 것도 게임처럼 만든 Leap Fitness Group의 물 마시기 앱(app)



물 마시기 앱처럼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챌린지 앱게임의 형태로 나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심지어 연인에게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미션과 그에 따른 보상을 주는 'Desire'와 같은 앱까지 등장하여 게임은 개인의 가장 은밀한 부분까지 들어와 버렸다.



연인 간에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행위를 했을 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일종의 관계 형성 앱인 'Desire'. 사진 출처:thenextweb.com



나는 이러한 현상을 일컬어 '모든 것의 서비스화(XaaS: Everything as a Service)'라는 용어에 빗대어 '모든 것의 게임화(XaaG: Everything as a Game)'라고 말하고 싶다.


그럼 왜 세상 모든 것이 게임화가 되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을 알아보기 전에 심리학자 B.F. 스키너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더 정확히는 그의 행동주의 심리학을 말이다.


스키너의 가장 중요한 연구는 조작적 조건 형성(Operant Conditioning)이다. 사람이 특정한 행동을 그것과 연관된 보상과 처벌의 결과로 배우게 되는 것을 기본적으로 조작적 조건 형성이라고 한다.

정적 강화(예: "공부 열심히 했으니 게임기 사줄게")와 부적 강화(예: "공부 열심히 했으니 이번 주는 책 2권 읽기 면제")는 특정한 행동을 강화하여 그 행동이 더 자주 일어나게 만든다. 처벌(예: "오늘 하루 종일 게임을 했으니 게임기 압수")과 소거(예: 게임을 하면 늘 주던 간식을 어느 순간부터 주지 않음)는 특정한 행동을 약화시킨다.

- 폴 클라인먼의 <Psych 101> 중 -
* 본인 번역
* 예시는 본인이 작성


스키너는 이러한 이론을 쥐와 같은 동물실험을 통해 밝히고 주장했기에 추후에 다른 학자들에게 인간을 너무나도 단순하게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효율성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이러한 스키너의 이론은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게임화라는 이름을 통해서.


게임을 하는 유저는 기본적으로 특정한 '행동'을 할 것을 요구받고 그것을 잘했을 경우에는 즉각적인 보상을 그렇지 않으면 '처벌'과 '소거'를 경험하게 된다. 효율화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이러한 '처벌'과 '보상'이라는 단순한 구조에 현대인은 자신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파블로프의 개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인간에 의해서 '종소리'가 들리면 '음식'이 나온다는 게임의 규칙을 주입받고 그에 맞추어 행동을 했다. 즉 종소리가 들리면 반사적으로 침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그것을 위한 '조건'을 설정하고 스스로 '종소리'가 들리면 '침'을 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의 게임화(XaaG)는 세상을 스키너의 실험장으로 그리고 모든 사람을 파블로프의 개로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효율화의 극대화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새로운 실험이 될 것인가?



P.S. 이 글을 통해 게임을 비판하는 것처럼 볼 수도 있지만, 나는 20대까지 거의 모든 게임을 섭렵했오히려 게임에 대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종의 애착(?)이 있다.




Photo by Nikita Kachanovsk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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