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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ug 08. 2022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

삼다론(三多論)

중국 당나라와 송나라의 가장 뛰어난 문장가 여덟 명을 일컬어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라고 부르며 그중 한 명이 오늘 말하고자 하는 구양수다.


구양수를 잘 모르는 사람도 그의 '삼다론(三多論)'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가 좋은 글쓰기의 방법론으로 제시한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로 알려진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말이다. (중국어 원문은 '看多(간다)、做多(주다)、商量多(상량다)'이나 한국어 어순에 맞게 변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이 생각하라'로 알려진 '다상량'이다. 이 해석에 대해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우리들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도 생각을 해야 한다. 즉 '다독'과 '다작'에는 이미 생각하는 행위가 포함된 것이므로 따로 '많이 생각하라'라는 것을 떼어서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한자를 보아도 이상하다. '생각'을 강조하고 싶었으면 '사고' '사유'라는 말을 할 때 쓰이는 '생각할 사(思)'를 썼으면 될 일인데 구양수는 굳이 '상량'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다.


그렇다면 '상량'의 한자 뜻은 무엇일까? 둘 다 '헤아리다'라는 뜻이다. '상(商)'의 경우 '헤아리다, 장사하다, 상인'이라는 뜻이고 '량(量)'의 경우 '헤아리다, 추측하다, (양을) 재다'와 같은 뜻이 있다. 그리고 이 둘을 합쳐도 '헤아리다'라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구양수는 굳이 왜 '다사'가 아닌 '다상량'이라고 썼을까? (중국어 원문으로는 '상량다')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나의 마음을 헤아리고, 타인의 마음도 헤아리라'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헤아림은 요샛말로 '피드백'을 위한 헤아림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무엇이든 잘하기 위해서는 크게 '연습'과 '피드백'이 필요하다. 피드백이 없는 연습은 헛수고에 가깝고, 연습이 없는 피드백은 몽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둘을 불가분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구양수가 말한 삼다론을 '연습'과 '피드백'이라는 틀에서 생각해 봤을 때, '다독과 다작'은 '연습'에 해당하고 '다상량'은 '피드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타인의 글을 '많이 읽으면서' 글쓰기의 밑바탕이 되는 다양한 정보와 문체(Style)를 획득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많이 써보는' 연습을 한다. 그러고 나서 나의 글쓰기를 어떻게 개선할지를 스스로 혹은 타인의 의견을 통해 '헤아리는' 피드백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한다면 결국 구양수의 삼다론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헤아림'을 통해 개선점을 찾아 다시 그것을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연습에 반영하는 하나의 선순환 과정을 말하는 것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구양수의 삼다론은 다음이지 않을까 싶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은 피드백을 스스로 혹은 타인을 통해 받아서 적용하라



정확한 답은 구양수만 알겠지만 말이다.


P.S. 다산 정약용은 '많은 독서(책 읽기)' '많은 초서(책의 요점을 베껴 )' '많은 저서(글 짓기)'라는 본인만의 삼다론을 이야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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