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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Sep 04. 2022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어려운 말

다양성(Diversity)


최근 한 모임에서 나의 눈길을 끈 참여자가 있었다.


그는 본인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람임을 수회 반복해서 밝히며 '다양성'이라는 가치의 소중함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렸다.


다양성 [多樣性, Diversity]

나이, 종교, 성, 인종, 윤리적 배경과 같은 사람들의 개인적 특성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기업 현장에서 생산성 향상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다양성을 고려한 근무환경 조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HRD 용어사전, 2010. 9. 6., (사)한국기업교육학회) 중 -


그런데 이런 말을 함과 동시에 그와는 상반되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님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데요?


해당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파시즘, 나치즘, 군국주의라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을 인정한다고 지속적으로 밝힌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본인과 다른 타인의 의견을 '그름'으로 규정하고,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있는 토픽에 대해서도 극단적으로 단정해버리는 모습이 의아했다.


모임 후에도 잔상이 오래 남았다. 이 개운하지 않은 찌꺼기 같은 잔상을 지우기 위해 그 참여자의 모순적인 모습의 근원에는 어떠한 사유가 자리 잡고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는 그의 모습이 죽음을 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태도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철창 속에 갇힌 호랑이'를 대하듯 이성적이고 철학적으로 토론을 하던 사람들이 나 혹은 지인에게 죽음이 다가오면 '철창 밖으로 뛰쳐나온 호랑이'를 대하듯 비이성적이고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처럼 '다양성'이라는 것도 그것을 개념으로서 대하거나 혹은 나에게 직접적인 이득 혹은 피해를 주지 않는 주제라면 "나는 다양성을 인정한다"라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나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분야라면 나만의 옳고 그름으로 재단하게 되고 쉽사리 다양성을 인정하 힘들어진다.


대부분의 악당(으로 보이는)들도 스스로는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가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상당수의 단체와 사람들도 스스로는 다양성을 인정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다양성이라는 것은 각자의 판단기준에서 '틀리다'의 영역에 들어가는 순간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다양성은 기본적으로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라는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무제한적, 무조건적인 다양성의 인정은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 문화'까지도 인정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다양성을 인정한다'라는 말이 어려워서 그리고 무거워서 늘 이 말을 할 때마다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다양성을 인정한다'라는 말보다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 혹은 코미디언 유세윤이 늘 말하는 것처럼 '그럴 수도 있지'라는 대체어 우선하곤 한다.


이번 나의 글도 '틀릴 수도 있고', 당신이 내가 전혀 이해하기 힘든 생각과 말을 해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이것이 현재 내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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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Daria Nepriakhina ��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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