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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ug 12. 2022

SNS와 '좋아요공급자'

좋아요공급자(LP, Like Provider)

우리가 다양한 주식을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유동성공급자' 덕분이다.


유동성공급자(LP, Liquidity Provider)란 금융상품에 대한 매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매도∙매수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시장 참가자를 말합니다.

- trueetn.com 중 -


유동성공급자가 없다면 인기 없는 주식은 사고 싶어도 팔려는 사람이 없어서 살 수도 없고 혹은 팔고 싶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쉽게 팔 수 없을 것이다. 즉 유동성공급자가 있기에 주식이라는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이는 더 많은 투자자를 모을 수 있는 유인책이 된다. 일종의 주식 시스템의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 유동성공급자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유동성을 공급하는 종목을 낮은 가격에 사고 높은 가격에 팔아 스프레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쉽게 말해 '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나는 유동성공급자를 보면서 SNS에서도 이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좋아요공급자(LP, Like Provider)이다. (학술적 명칭은 아니고 그냥 내가 만들어 본 말이다)


Photo by George Pagan III on Unsplash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좋아요'라는 개념이 SNS에서 일반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요'는 일종의 '보상'과 같은 개념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듯 '좋아요'를 받기 위해 양적으로(더 많은) 혹은 질적으로(더 훌륭한) 더 나은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SNS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전반적인 능력 및 SNS상의 네트워크가 떨어지다 보니 좋아요를 받기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콘텐츠는 자칫하면 극소수의 좋아요 심하게는 그 누구의 반응도 없는 그야말로 관심 밖의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그들의 SNS 사용 의지를 낮추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이때 그들을 SNS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존재들이 나타나게 된다. 바로 좋아요공급자들이다.


좋아요공급자들과 일반인을 구분하는 나만의 기준은 "좋아요가 '무조건'적이며 '무차별'적인지"를 확인해보는 것이다.


일반적인 좋아요는 '조건적' and/or '차별적'이다. 상대방이 나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꾸준히 눌러주기 때문에 그 보답으로 나도 좋아요를 누르는 경우가 '조건적', 다른 콘텐츠보다 해당 콘텐츠가 더 좋아서 혹은 해당 사람이 더 좋아서 특정인의 게시물에만 좋아요를 누르는 경우는 '차별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좋아요공급자들은 앞서 말한 대로 '무조건'적이며 '무차별'적으로 좋아요를 누른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나를 구독하는 사람도 극소수이고 브런치에도 잘 노출이 안서 누가 내 글을 보고 라이킷(브런치의 좋아요)을 누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첫 글부터 라이킷이 적지 않게 있었다. 이러한 반응에 고무되어 초반에 조금 더 열정적으로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라이킷을 누르는 분들 중 일부가 늘 동일하다는 사실 그리고 내 주위 브런치 작가들도 그들의 라이킷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글과 주변 지인들의 글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내가 말한 좋아요공급자들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의문점이 생길 것 같다. 유동성공급자는 제도적으로 지원도 받고 그것을 통해 '돈'이라는 이득을 얻기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인데, 좋아요공급자는 그 누구의 지원도 받지 않는데 왜 이런 행위를 자발적으로 하는 것일까? '구독자(혹은 팔로워)'라는 대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확인한 브런치의 좋아요공급자들의 공통점은 많은 구독자수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무조건' '무차별'적으로 좋아요는 누르지만 구독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본인이 구독하는 사람 대비 본인을 구독하는 사람은 많은, 제삼자가 보았을 때 영향력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되는 위치에 서는 것이다.


이는 사실 브런치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에서도 한때 유행했던 방법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케팅 윤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해본 적은 없지만, 한때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려서 특정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을 '무조건' '무차별'적으로 좋아요를 누르는 좋아요공급자들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브런치는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하나였다. 본인이 타깃으로 삼는 고객들을 나의 팔로워로 만드는 것. 이처럼 좋아요공급자가 되었을 때 '구독자' 혹은 '팔로워'를 늘릴 수 있는 것은 이미 예전부터 검증된 하나의 사실이다. 사람들은 본인의 콘텐츠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사람에게는 대부분 호감을 느끼기에 좋아요의 진심과는 상관없이 상대에게 보답의 의미로 팔로우/구독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노렸던 것이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는 이와 같이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으로 의심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좋아요공급자에 대해 악감정이 있어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좋아요공급자에게는 장단점이 고루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있기에 사람들이 동기부여를 받아 SNS에서 더 활발히 즐겁게 활동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고, 단점으로는 위에서 말한 대로 일종의 기만을 통해 이득을 얻는 다소 윤리적이지 않아 보이는 이 있다는 것이다.(물론 이 부분이 윤리적인지 아닌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어떠한 현상을 명확하게 언어화했을 때의 장점은 그것에 대해 사람들이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썸'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나서 사람들이 연애에 있어서 규정짓기 힘든 모호한 기간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된 것처럼 말이다.


내가 언어화한 '좋아요공급자'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생각거리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물론 다른 이유로 좋아요공급자가 된 분도 있으리라 봅니다. 어찌 되었건 저는 '좋아요공급자' 포함 제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모든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는 말씀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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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Karsten Winegear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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