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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ug 25. 2022

스토아? 스토어? 그게 무슨 뜻이지?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를 믿는 종교는 그리스도교(Christian), 부처(Buddha)를 믿는 종교는 불교(Buddhism)라고 부른다. 그러면 스토아 학파의 창시자는 '스토아'인가? (물론 기독교 불교를 이렇게 단순화는 것은 다소 리가 있다)


예상했겠지만 그렇지 않다. 스토아 철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인물은 제논(Zeno of Citium)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스토아 학파를 제논 학파(Zenonians)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그러나 곧 이 철학은 '스토아'라는 이름에 정착했다.


스토아 철학이라는 이름은 스토아 포이킬레(Stoa Poikile)에서 비롯되었다. 영어로는 'Painted Stoa'이고 우리말로 번역하면 '색칠된 주랑'이라는 의미로 고대 그리스 건물에서 기둥만 있고 벽이 없는 일종의 현관이자 복도 역할을 했던 공간이다. 아래의 이미지와 같다.


스토아 포이킬레. 사진 출처: agathe.gr


제논은 소수만 들어올 수 있는 폐쇄적인 실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방된 '스토아 포이킬레'에서 자신의 생각을 전했고 이는 곧 그의 철학을 지칭하는 이름이 되었다. '자기 절제'를 강조하는 스토아 철학을 생각해보면 창시자의 이름이 아닌 그것이 전해진 공간을 학파명으로 정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하다.


제논은 원래 상인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일어난 비극적 사건으로 인해 인생은 180도 바뀌게 되었다.


제논은 원래 부유한 상인이었다. 그가 주로 판매하던 것은 그 당시 부유층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고급 염료(Tyrian purple dye)였다. 요즘 부유층이 고급 자동차로 본인들을 차별화하고 부를 과시하듯 그 당시 부유층에게 고급염료로 염색한 옷이 그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제논이 판매하는 고급 염료를 실은 배들이 난파되고 그는 한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혹은 때마침) 제논은 아테네로 가게 되고 그곳에 있는 서점에서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서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헤라클레스의 선택(The Choice of Heracles)'이라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선과 악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선을 선택할 경우 굉장히 고되지만 명예로울 것이며, 악을 택할 경우 매우 쉽고 평탄하지만 불명예로울 것이다." 그리고 제논은 '선'을 선택하게 된다. 이것이 스토아 철학의 시작이었다.

- 참조문헌: 라이언 홀리데이, 스티븐 핸슬먼의 <Lives of the Stoics> -


이처럼 제논은 철학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상인이었다. 즉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정치인은 선비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에 딱 맞는 인물이 제논인 것이다. 그래서 스토아 철학을 현실과 동떨어진 금욕주의로 치부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말이다. 스토아 철학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 '공공의 선'을 추구할 것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토아 철학은 어떻게 상실의 아픔을 아는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이것은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보겠다.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상태에 놓였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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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Ivan Petro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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