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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ug 27. 2022

최악의 상황을 견디게 하는 자유


군대를 갓 전역한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 대부분의 시간은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게 된다.


제3자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더 힘든 부대와 쉬운 부대로 구분할 수 있겠지만, 인생에 단 한 번 가는 군대이기에 본인이 경험한 대가 가장 힘들다고 하는 것을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 그들은 본인이 복무한 곳 이외의 군대를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극소수의 경우 여러 번 그리고 다양한 군대를 경험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하다. 초월적인 존재가 보고 있다면 누군가의 삶이 가장 힘들고 누군가의 삶이 가장 편한지를 알 수 있겠지만 우리는 단 하나의 삶을 살아가기에 각자의 이유로 가장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보더라도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 이야기할 두 사람이 여기에 해당될 것 같다. 바로 고대 그리스 시대에 노예였던 에픽테토스와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빅터 프랭클이 그 주인공들이다.



1. 에픽테토스


에픽테토스와 관련해서는 다음 일화가 매우 유명하다.


어느 날 에픽테토스의 주인은 괴팍한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그날따라 에픽테토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는지 에픽테토스의 다리를 뒤틀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주인에게 애원을 하면서 풀어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조금이라도 반항할 법도 한데, 에픽테토스는 다음과 같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다였다.
 
"주인님, 그렇게 하시다가는 제 다리가 부러지고 말 겁니다."

이런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인은 계속해서 그의 다리를 뒤틀어버렸고 어느 순간 에픽테토스의 다리는 "딱!"하고 부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에픽테토스는 다시 담담하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제가 부러질 거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위 일화에서 볼 수 있듯이 에픽테토스는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악독한 주인의 횡포로 다리가 부러져 한평생 절름발이로 살게 된다.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최악의 상황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조차 태연할 수 있었다. 본인만의 자유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스토아 철학을 통해서 말이다.


에픽테토스는 아마도 다음과 같이 말했을 것이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외부의) 사건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우리의 판단입니다. 우리의 의견이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을 결정합니다."

에픽테토스는 자신의 동의 없이는 그 누구도 자신을 불쾌하게 혹은 불만스럽게 만들 수 없다고 믿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억하세요. 누군가가 당신을 때리거나 모욕하는 것만으로 당신에게 해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을요. 당신이 해를 입었다고 생각해야만 그들이 해를 가할 수 있는 것입니다. (...) 그래서 당신은 (외부의 사건이 주는) 느낌에 충동적으로 반응하면 안 됩니다. 반응하기 전에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훨씬 더 쉽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 <The Lives of Stoics> 중 -
* 본인 번역 및 일부 편집


에픽테토스의 스토아 철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 의 동의 없이는 그 어떠한 것도 나를 불행하게 만들 수 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자유다." 일반인의 시선으로는 누구보다 자유를 박탈당한 채 살아온 에픽테토스는 사실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노예였던 것이다. (후에 그는 노예의 신분도 벗어나게 된다)


2. 빅터 프랭클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유명했던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각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에 오른 이른바 '타이탄'들의 노하우를 전하고 있는데 그중에 타이탄들이 최고의 책으로 꼽은 책들도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책 중 하나가 바로 빅터 프랭클의 <Man's Search for Meaning(죽음의 수용소에서)>이다.


이 책에서 빅터 프랭클은 본인이 독일 나치의 수용소에서 겪었던 참담한 경험을 매우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이 최악의 상황을 견뎌내며 빅터 프랭클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아닌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로고테라피'라는 형태의 심리치료 기법으로 발전시켰다.


로고테라피(Logotherapy)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치료기법이다. 삶의 목적을 추구하면서 고난과 고통을 견뎌내는 우리의 능력과 우리의 미래에 집중하는 심리 치료법의 한 형태이다.

 - Arlin Cuncic, "What Is Logotherapy", 20210708 중 -
* 본인 번역


에픽테토스와 마찬가지로 빅터 프랭클도 인간의 모든 자유가 박탈된 것으로 보이는 나치 수용소에서 그만의 자유를 잃지 않았다. 그가 한 다음의 말처럼 말이다.


인간으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는 있어도 단 한 가지는 끝내 빼앗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가진 최후의 자유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길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자유


에픽테토스와 빅터 프랭클 모두 말하고자 하는 바는 동일하다. 우리의 삶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는 우리가 알 수도 없고 선택할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것이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스토아 철학이 전하는 강력한 자유다.



P.S. 터 프랭클이 스스로를 스토아 철학자라고 지칭한 적은 확인된 바는 없다.



<이전 글>

https://brunch.co.kr/@ka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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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Ivan Petro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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