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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29. 2022

쉽고 실용적인 철학을 원한다면!

<스토아적 삶의 권유>를 읽고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철학은 어렵고 실용적이지 않다 생각하는 분들을 꽤 많이 만났다.


왜 이러한 인식이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일단 20세기 초에 시작된 '분석철학'을 필두로 철학이 대중의 눈높이에서 급격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사전지식 없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구상미술에서 '이것은 대체 무엇을 그린 거지?' '이건 나도 그리겠다'와 같은 반응을 자아내는 추상미술로 넘어가면서 대중과 괴리가 생긴 미술처럼 철학도 그 난해함으로 인해 대중과 멀어지며 매니악한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662만 달러에 팔린 마크 로스코의 Untitled, 1952. 사진 출처: Christie's


이뿐만이 아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당수의 철학과 사상은 '실용적'이라기보다는 '이상적'인 경향을 보여왔다. 대표적으로 불교의 '집을 나간다'는 의미의 '출가(出家)'와 도교의 '산에 들어간다'는 의미의 입산(入山)처럼 속세에서는 온전히 실천하기 힘든 사상이 큰 줄기를 형성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플라톤이 꿈꾼 철인정치도 이론으로는 멋지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고 성공한 국가도 거의 없다(이에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로마제국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철학은 어렵고 실용적이지 않다'는 말에 완벽한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다. 그렇게 볼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모임에서 철학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나의 말은 종종 공허한 메아리가 되곤 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다른 말로 대중의 눈높이에서 실천 가능한 철학을 이야기하는 책을 최근에 만났다. 바로 마르코스 바스케스의 <스토아적 삶의 권유>이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45163?LINK=NVB&NaPm=ct%3Dl9sanamw%7Cci%3D66686e7e06fe772275f825e7b45657d986100309%7Ctr%3Dboksl1%7Csn%3D5342564%7Chk%3D3a5bc2a7d3007a43533f8df2f9841d9766221f16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밝혔듯이 스토아 철학은 다른 철학에 비해 상당히 실용적이다. 이해를 위해 철학에만 매진해야 하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하나의 나침반으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스토아 철학이다. 그렇다 보니 스토아 철학을 실천하면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은 이도 있고(세네카), 왕으로서 나라를 잘 통치한 사람도 있으며(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자기 계발을 설파하여 유명인사가 된 동시대의 사람도 있다(팀 페리스). 그리고 이렇게나 손쉽고 실용적인 스토아 철학을 더욱더 쉽고 실용적으로 풀어낸 책이 오늘 이야기할 <스토아적 삶의 권워>이다.


먼저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스토아 철학을 매우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며' '미덕과 평온을 바탕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철학이다.


이러한 정의를 염두에 두면서 아래의 스토아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 이것은 나에게 달려 있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걸 바라는가?
+ 이것이 내 첫 느낌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만큼 안 좋은가?
+ 이 문제가 1년 후에도 중요할까? 10년 후에도 중요할까?
+ 이 상황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내게 유리하도록 이용할 수 있을까?
+ 나는 사물을 실제로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가치 판단을 더 하고 있는가?
+ 바로 지금 내게 문제가 있는가? 상황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는가?
+ 내 감정이 현실을 반영하는가, 아니면 과도한 정념에 희생당하고 있는가?
+ 나는 가진 것에 감사하기보다, 없는 걸 바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가?
+ 통제 범위 내에서 중요한 일에 내 주의를 집중하고 있는가?
+ 이 행동이 내 가치 및 장기 목표와 일치하는가?해야 할 일을 하라
+ 내가 쾌락을 조종하는가, 아니면 쾌락이 나를 조종하는가?
+ 지금 유혹에 넘어가면 나중에 어떤 기분이 들지 생각해보라.
+  지금 절제할까, 아니면 나중에 후회할까?
+ 세네카라면 나와 같은 상황에서 무엇을 할까?

- 마르코스 바스케스의 <스토아적 삶의 권유>(김유정 옮김, 레드스톤, 2021) 중 -


다른 철학이나 사상과 마찬가지로 스토아 철학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얻는 것도 보이는 것도 늘어나지만 위와 같은 일상적인 질문만으로도 손쉽게 스토아 철학을 실천해볼 수 있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개인의 타고난 성향과 자라온 환경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인생철학이 누군가에는 개똥철학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모든 것이 그러하듯 스토아 철학도 내 삶에 반영할지 말지는 여러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만약에 스토아 철학이 마음에 들고 앞으로의 삶에 적용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분들께 이 책에 나온 스토아 철학자들의 명언을 아래와 같이 선물하고자 한다.


우리가 듣는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이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진실이 아니라 관점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우리는 앞에 있는 사람에겐 화를 내지만,
뒤에 있는 사람은 잊는다.
우리는 너무 많이 받았음에도,
더 받지 못해 애통해한다.
(세네카)


그대는 오늘 잘할 수 있는데도 내일을 선택한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가장 견디기 힘든 것들이 가장 달콤한 기억이 된다.
- 세네카 -


철학에 무지한 사람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다른 사람들을 비난한다.
철학도는 자신을 비난한다.
현자는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 에픽테토스 -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 에픽테토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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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Ivan Petro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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